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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r 14. 2024

어김없이 또 스벅입니다

이번주는 화요일, 수요일 모두 스벅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 그 때문인지 오늘은 괜스레 다른 카페에 가야겠다 굳게 다짐했었습니다. 바로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근데 결국 다시 같은 곳으로 출근했습니다. 익숙함의 중력이 제법 세긴 한가 봅니다. 오늘도 사이렌 오더로 슈크림 라테를 한 잔 주문하고 주섬주섬 노트북과 가져온 책을 꺼내며 낭랑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알레 고객님'을 기다렸습니다. 역시 이름을 불러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카페에 갈 때면 책을 3권 정도 챙겨 나옵니다. 책을 여러 권 챙겨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 권 만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 장애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가방의 무게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후자에 대해선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 보이네요. 적정 수준의 무게를 느껴야 마음이 편안한 건 꽤 어릴 적부터 생긴 버릇입니다. 사물함이 있어도 사물함에 짐을 두고 오는 게 영 불안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한평생 봇짐장수처럼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네요.


오늘은 아내가 일주일에 하루 출근을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 덕에 아이도 늦지 않게, 그래봐야 10시 30분이었지만, 등원을 시켰습니다. 무슨 날인가 싶을 만큼 어제 올린 아내의 당근 거래가 올리는 족족 다 팔려서 아침부터 제가 대신 챙겨야 할 게 많았네요. 없는 살림에 돈 나올 구멍이 있다면 뭐든 도와야죠! 어젯밤에 아내가 미리 챙겨둔 것들을 들고 나와 처음으로 편의점 반값 택배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아내의 미션을 모두 완수한 뒤 점심을 챙겨 먹고 청소도 하고 집을 나서니 시간이 1시가 다 되었네요. 그러니까 이런 이유로 결국 다시 스벅에 왔다는 말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참 쓸데없이 장황하게.


스벅에는 점심시간 전에 완전 일찍 오던가 아니면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동참해야만 하거든요. 애매한 자리에 앉으면 짐을 풀기도, 그냥저냥 앉아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기도 애매하니 차라리 1시 즈음 집을 나서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창가 쪽 자리에 빈자리가 있네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유병욱 CD 님의 <평소의 발견>, 킨드라 홀의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 그리고 번역가이자 작가님이신 권남희 님의 산문 <스타벅스 일기>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읽는 <스타벅스 일기>라. 다른 책들을 꺼낼 땐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 유독 이 책을 꺼낼 때면 괜스레 주변을 한 번 살핍니다. 혹여 누가 보면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스벅 덕후로 보일까 봐. 정작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최근 글쓰기에 대한 저의 관심은 '평소' 또는 '일상'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소재가 아닌 평소의 영역을 나만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목부터 딱 와닿는 <평소의 발견>을 선택했습니다. <스타벅스 일기>에는 저처럼 스벅에 앉아 작업하면서 보고 들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두 분의 작가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기분이 듭니다.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는 나를 가로막는 내면의 스토리를 바꿔 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아직 초반부라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저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이니 재밌게 읽는 중입니다. 


세 권의 책을 훑고 난 다음에야 오늘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글쓰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책들과 오늘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글을 쓰는데 막막했던 어제와 달리 후루룩 잘 쓰여 다행입니다. 왜냐면 곧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내에게 또 지령이 떨어졌습니다. '4시 30분에 당근 판매 예약.' 오예! 오늘 아무래도 치킨이라도 한 마리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상을 기록한다는 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건 시답잖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평소를 달리 보면 그 안에는 쓰이길 기다리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때론 글감은 글 밖을 기웃거릴 때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스벅에 앉아 책과 사람들의 소음으로 예열한 뒤 글쓰기를 이어갑니다.  




매주 목요일에 카페로 출근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3년째 백수라서 불안하지만 3년째 자유인이라서 일상에 치이지 않으며 아이와 소소한 행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삶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3년째 잘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그럼에도 이제는 저도 바랍니다. 올 해는 뭔 일이라도 일어나길. 아마 연재를 끝내는 날이 그날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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