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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r 28. 2024

오늘은 외근입니다만 역시나 스벅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풍경의 카페로 출근했다'라고 쓰고 결국 스벅이라고 읽는다. 팟캐스트 녹음이 있는 날이다 보니 평소 앉아있던 곳과는 다를 지점에서 노트북을 켰다. 하필 오늘은 아내의 출근도 겹치는 바람에 잠이 덜 깬 아이는 급류에 휩싸이듯 어린이집에 등원했고, 덕분에 일찍 도착한 나는 어김없이 카페 라이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연재북 타이틀을 '오늘도 카페 라이팅'에서 '스벅으로 출근합니다'로 바꿔야 하려나?


이름만 대도 알만한, 소위 대세 IT 업체가 모여있는 건물이라 그런가 동네와는 사뭇 다르다. 누가 직원이고 누가 방문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옷차림. 모두가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이 시간에도 카페에 자리가 없을 만큼 노트북을 들고 앉아 각자의 업무를 보는 사람들. '만약 내가 이런 회사에서 일을 했다면 퇴사를 했으려나?' '직장은 또 직장인가?' 자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그들의 모습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에 잠긴다.


나만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그러려나. 장소에 따라 생각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걸 자주 느낀다. 집, 익숙한 동네 카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 한복판 건물 로비의 카페. 각각의 장소마다 떠오르는 단상이 모두 다른 게 신기하다. 


솔직히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의 나야 어쩔 수 없이 집을 택해야만 하는 입장이고 그나마 절충안으로 카페를 택했지만, 만약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면 얼마지 않아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을지도 모른다. 어제의 어질러진 삶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건 에너지를 두 배는 소모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늘 피곤하다.


'일상'이라는 표현은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일상에도 단절이 필요하다. 단절된 일상. 공간이든 시간이든 아님 행동의 단절이라도. 프리 워커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더욱. 구분이 없는 삶은 이도저도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어제도 줌 미팅 중에 아이의 습격으로 홀로 부산스러웠다.


만약 1인 사무실이 생긴다면 딱 카페 같이 인테리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굳이 1인용 원형 카페 테이블도 놓고 싶다. 좋아하는 분위기로 채워진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긴 올까? 반드시 오리라! 온다. 온다! 와라!!!


실상은 모르지만 보기만 해도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 속에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오늘도 카페에서 시나몬가루 팍팍 뿌린 카푸치도 한 잔과 함께 글쓰기로 팟캐스트 녹음을 위한 예열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외근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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