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더 늦게 자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내가 6시 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6일째 이어가고 있다. 물론 적응기를 보내는 중이라 점심 즈음 되면 미치도록 피곤해진다. 몽롱한 상태로 오후 시간을 보내려니 한편으론 힘들다. 그럼에도 아침을 부여잡는 이유에 대해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내 주변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일주일 전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같은 시간에 누구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른 누군가는 하루를 시작하는 모양새였다.
6일간 아침을 평소보다 일찍 맞이하면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우선 이른 아침과 자정이 넘은 늦은 밤의 공통점은 둘 다 고요하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은 같다. 그러나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기분이다.
먼저 근 3년을 올빼미로 살았던 날을 돌아보면, 자정이 넘어 늦게까지 깨어있을 때의 기분은 대부분 우울감이었다. 분명 고요한 가운데 나에게 집중하는 몰입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감정의 울렁임 때문에 몰입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맞이하는 게 밤이다. 고로 밤은 휴식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 또다시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근데 그 무언가가 대체 뭔지 잘 모른다면.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이 자리에 앉힌 거라면. 우울감이 밀려오는 건 당연하다.
이번엔 아침 시간을 살펴보겠다. 자고 일어나 맞이하는 아침은 우선 뇌의 상태가 최상이 된다고 한다. 전 날의 피로가 풀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자리에 앉아 독서나 글쓰기를 하면 집중력이 달라짐을 느낀다. 다른 무엇보다도 마음이 산만하지 않다. 늦은 밤에는 마음속에 하루치 소란을 담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아침은 아니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도서관에 나 혼자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그 상태로 중요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효율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건 역시 자명한 일이다. 고로 이른 아침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감정은 효능감이다. 이것을 느끼고 나니 아침을 성공하는 게 단순히 계획을 실천하는 것을 너머 더 큰 의미가 되었다.
물론 여기까지만 쓰고 나면 '실행력을 높이는 글쓰기'의 취지에 맞지 않기에 그래서 지난 6일은 어땠는지 셀프 피드백을 남겨본다.
먼저 나에게 하루의 시작은 자고 일어난 아침이 아니라 잠자리에 드는 밤부터로 정의했다. 아침은 계획한 하루를 실천하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서 계획은 밤에 미리 세운다. 따라서 하루의 시작을 밤으로 정해야 계획을 세우고 좋은 컨디션으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수면관리를 하게 된다는 게 밤을 하루의 시작으로 정한 이유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입장이다.
당초 계획은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12시부터는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마치 웜업을 하듯 몸을 이완시키는 시간을 계획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를 잘 지키지 못했다. 가령 오늘만 해도 새벽 2시 40분에 잤다. 그리고 5시 50분에 일어나 6시부터 새벽예배를 드리고 산책을 다녀와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제도, 그리고 수요일, 화요일, 월요일에도 1시에 잠든 적은 아직 없다.
이 글을 보면 또 진심 어린 우려를 표하는 동료 작가님들이 계실 것 같지만, 어쨌든 수정 보완을 위한 셀프 피드백이니 솔직하게 남기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왜 잠드는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하루 계획에서 일을 하는 시간은 점심 이후부터 오후 5시 까지다. 그런데 월요일엔 코즈모스 컴퍼니 모임, 화요일엔 코칭까지 그 시간을 모임에 참여하는 시간으로 써버리니 정작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둘째, 이번주에는 목사님께서 휴가 기간이라 교인들에게 새벽예배를 맡기셨다. 나에겐 이틀을 맡기셨는데, 그게 수요일과 목요일이었다. 그런데 수요일에 다른 분이 진행을 하셨다. 목사님께 여쭤 보니 목사님이 계획을 전달하는데 실수했다고 하셨다. 사실 나에게 맡기신 날은 수, 목이 아닌 목, 금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화요일 밤에 아이가 잠든 후 한 두 건이라도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새벽예배 준비에 사용했는데, 허탕이 돼버렸다.
셋째, 목요일은 광복절 휴일이었다. 오후에 아이 친구네랑 같이 놀기로 했다. 사실 그래서 수요일까지 일을 모두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시간이 꼬였고 결국 수요일에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다. 목요일 일정은 일정대로 보내고 돌아와 밤에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은 피곤하고, 유달리 집중하지 못해 좀처럼 진척이 나질 않았다. 여기에 오늘의 새벽예배도 준비를 해야 했다.
결국 변수가 변수를 만들었고, 아직도 나의 일처리 시간에 대해 메타인지가 약한 탓에 일처리 시간이 계획보다 오버된 게 큰 원인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루 계획 중 일하는 시간을 좀 더 세세하게 정리해 볼 필요를 느꼈다. 일이 늘어지지 않기 위해 매일 2시간씩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던가, 아니면 하루에 몇 건씩 처리한다던가 하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코칭을 받고 난 후 이런 피드백이 가능해진 게 신기하다. 무엇보다 이 또한 아침시간을 활용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만큼 나에게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침은 참 오묘한 시간이다. 나에게 아침은 가능성이고 활기이며 효능감이 넘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니 하루가 달라짐을 느낀다. 늦은 밤은 즐거움이 많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즐거움보다 효능감이 넘치는 시간이 오히려 더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시간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