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 샴페인 도착( Champagne), 프랑스
독일을 떠나는 날이다. 모젤강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룩셈부르크를 거쳐 프랑스 동북부에 이른다. 룩셈부르크에 멋진 곳이 있다고 해서 검색을 해놓고 찾아다녔다. 시간이 많지 않아 대충 찾다가 엉뚱하게도 크고 화려한 쇼핑몰에 도착했다. 오랫동안 쇼핑을 못해서인지 이 거대한 쇼핑몰도 좋아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점보 크기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온갖 종류의 유럽 먹거리를 구경했다. 특히 프랑스 와인과 샴페인, 프랑스산 버터, 싱싱한 과일 등... 사고 싶은 재료들이 너무 많았지만 오늘부터 묵을 곳은 주방을 쓸 수 없는 곳이라 그냥 바게트와 과일 몇 가지만 사서 다시 여정에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샴페인 지방이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던 스티븐이 바게트를 뜯어먹기 시작했는데... 손이 멈추질 않는다. 어디 나도 한번... 우와~~ 확실히 프랑스에 가까워 오나보다. 바게트의 맛이 다르다. 이번 유럽 여행이 끝나고 와서 집에 돌아와서 가장 아쉬운 게 빵이었다. 유럽에서 동네마다 있는 베이커리에서 사다 먹던 모든 종류의 빵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베이커리 빵이 너무 맛있다고 하니 독일의 친구들이 미국에서는 어디에서 사다 먹느냐고 물었다. 우리의 대답은 Safeway! 동네마다 있는 대형 마켓이다. 물론 마켓에도 나름의 베이커리가 있지만 유럽의 빵맛과는 비교가 안된다. 유럽은 아직도 동네마다 베이커리와 고깃집 (butcher shop)에서 신선한 빵과 고기를 매일 공급받는다니, 공장에서 나오는 빵과 냉동 고기를 먹는 우리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바게트를 뜯고 과일을 먹으면서 드디어 샴페인에 도착했다. 샴페인은 프랑스 북부의 지명이다. 바로 샴페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프랑스어로는 샹판뉴, 영어로는 샴페인이다. 오늘부터 3일 동안 묵을 곳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프랑스 고택, 200년 된 돌로 만든 지어진 집이다. 우리는 자주 이렇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데 어떨 때는 주택 전체가 아니라 방 하나만을 빌려 묵을 때도 있다. 독채를 빌릴 때는 주인이 옆 건물에 산다던가 해서 소통이 원활한 곳을 택한다. 역사와 문화가 풍성한 유럽에서는 그렇게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집주인과 소통을 할 수 있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렌트를 위해 이케아 가구로 장식한 아파트와는 달리, 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체로도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하다.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늘 호텔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 호텔에 묵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목적지의 성격에 따라 숙소도 달리 한다. 호텔은 깔끔하기는 하나 개성이 없이 보통 획일적이다. 그리고 물론 비용이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우리가 일박에 2-300불씩 하는 호텔에 묵는다면 여행 경비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일 년에 두 번이나 긴 여행을 하는 우리는 그럴 여유는 없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곳을 갈 때는 에어비앤비에서 고택을 찾아보자. 특별히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집도 크고 고가구와 앤티크가 그대로 보존된 집들이 보인다.
우리가 샴페인의 숙소를 정할 때 스티븐은 렘스 (Reims)라는 큰 도시의 에어비앤비를 알아보았다. 렘스는 샴페인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이고 샴페인 테이스팅을 할 곳이 많아서 이곳만 가도 샴페인 지방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집은 작은 아파트이다. 리모델링이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되어있고 이케아 가구로 꾸며 놓은 집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개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획일적이다.
나는 프랑스에서는 정원이 딸린 넓은 고택에서 묵고 싶었으므로 렘스에서 10-15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을 알아보았다. 선택이 많지는 않았지만 세버린( Severine)과 디디에 ( Didie)의 집이 내 조건에 맞았다. 집 전체를 빌릴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커다란 집에서 우리 둘만 있으면 프랑스 사람들의 실 생활을 볼 수 없기에 불편해도 이 집을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후기를 꼼꼼히 보는 편인데 이들의 집의 평점은 아주 높았고 게스트들이 칭찬해 마지않는 집이었기에 쉽게 결정했다.
나는 프렌치 인테리어와 팜하우스 인테리어에 무척 관심이 많기에 이 오래된 집에 오래된 가구들이 있는 세버린과 디디에의 집이 더 맘에 들었다. 이렇게 집을 빌려서 묵을 때의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어떤 집들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 나라의 전형적인 아침식사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세버린의 집은 일인당 4유로를 내면 프렌치 브렉퍼스트를 제공한다고 한다. 세버린과 디디에는 50대 후반과 60대 중반의 부부로 에어비앤비를 한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라고 했다. 곧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한다. 프랑스 중부의 도르돈느 ( Dordogne)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아직 집을 못 구했다고 한다. 집 가격이 40%가량 오르자 집을 팔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세버린은 패션 주얼리를 만드는데 이사를 하면 샵도 내려고 이미 샵을 계약을 한 상태라고 한다. 나는 도르돈느의 사진을 보고 환호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언젠가 프랑스 남부 지방을 여행할 때 반드시 가야겠다.
오후 5시 반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을 먹을 식당으로 갈 예정이었다. 에어비앤비 후기에서 이곳에 아주 맛난 식당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일부러 저녁시간에 맞게 왔다. 디디에와 세버린의 집은 샴페인 지역의 대표 도시인 렘스 (Reims)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 Ville-Domange ( 빌레 도망쥬)에 위치한다. 여름이라 푸르디푸른 포도밭 사이에 집들이 예쁘게 무리 지어 있는 마을 중 하나이다. 바로 집 앞에 오래된 교회가 있는데 매시간마다 종소리가 댕댕댕 크게 울린다. 오래된 프랑스 마을이라는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런 작은 마을에는 베이커리 빵도 맛있고 레스토랑 음식도 맛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사실 기대를 많이 하고 이 마을에 왔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의 빵과 진정한 프렌치 푸드를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마을에 레스토랑은 어디 있을까요? 맛집 추천해 주세요”
젊었을 때 알래스카에서 몇 달을 묵으며 일을 했다는 디디에가 유창한 영어로 웃으면서 말한다.
"지금이 8월이잖아요,. 8월!
8월에는 모두 여행을 가요.
레스토랑도 문을 닫고, 베이커리도 문을 닫았어요"
아차차... 그 생각을 못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여름에 휴가를 가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인데, 일절 예외 없이 놀 때는 놀아야 하는 사람들. 파리도 여름에는 원래 주민은 휴가 가서 없고 관광객만 있다는 말도 있는데...
‘와장창....’
오늘 저녁 식사도 베이커리 빵도 모두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디디에가 아침은 차려 주기로 했으니 내일 아침은 먹을만하겠지.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간 나는 빵 맛에 앞서 테이블 세팅 비주얼에 넋을 잃었다. 날이 좋아 야외에 차렸다는 테이블은 그들의 집 뒷마당 모퉁이에 벽돌 벽 옆에 파라솔 아래 차려져 있었다. 가꾼 듯, 안 가꾼 듯 자연스럽게 피어난 풀이며 꽃들이 하얀 철제 벤치와 앙증맞은 의자의 배경으로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이런 건 도대체 사진이나 비디오로도 다 담기질 않는다. 그렇다고 눈에만 담자니 기억은 믿을 수가 없다. 또 이런 정원에 꼭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테이블보 위에는 바게트와 크로와상, 오렌지 주스가 담긴 프랑스 시골집에 있을 법한 투박한 도자기로 된 피쳐, 커피와 수제 잼, 그리고 내가 애정 하는 프렌치 버터로 한상 그득 차려져 있다. 아~ 정말 이 정원에서의 식사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물론 바게트와 크로와상의 맛은.....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