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저 멀리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은
내 낡은 허물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나는 마침내 태초의 순수한 알몸이 되어
깊은 하늘 호수 속으로 미련 없이 뛰어들었다
길고 긴 시간 속을 거슬러 올라가
마냥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
오직 무지의 용기와 불굴의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개구쟁이 어린 내가 되었다
나는 두 팔을 하늘 높이 젓고
또 두 발을 있는 힘껏 굴러보며
내가 지금 여기 분명히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포효하며 번뜩이는 전율을 느꼈다
마치 어릴 적 홀로 밤길을 헤매다
반가운 목소리와 익숙한 얼굴을 보았을 때
한순간 내 작은 가슴속을 차지했던
서러움과 안도가 뒤엉킨 폭풍과도 같은
차가운 새벽공기 속으로 신비로운 주황빛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고 찬란하게 퍼져나갔다
고요히 하지만 웅장히 밝아오는 새벽하늘 속에서
나는 섬광과도 같은 하나의 빛을 보았다
그 어떤 장애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넘어
부서지고 넘어지기 쉬운, 작고 연약한 나를
혼심의 힘을 다해 보살펴주고 지켜와 준
그 무한한 사랑의 빛을 나는 선명히 보았다
나를 강렬히 감싸 안았던 그 눈부신 에너지는
나를 향해, 세상을 향해 있는 힘껏 포효한다
너 또한 그 어떤 장애물도 모두 뛰어넘고
끝내 사랑의 빛이 되어 그 안에서 살아가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