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내 좁은 우물에서
끊임없이 물을 길어 올리는 일
다만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닌
시들고 메말라 갈라지고 여윈
그대의 얼굴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나고
그대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선율이 묻어나고
그대의 가슴에는 투명한 샘물이 솟아나
그대의 정원이 생명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하는 일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내 거칠고 단단한 껍질을
끊임없이 벗겨내는 일
다만 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 아닌
굳게 걸어 잠긴 그대의 마음에 다가서서
그대의 눈앞을 가리고
그대의 두 귀를 막고 있던 두꺼운 천과
그대의 두 팔다리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
그대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하는 일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내 나약하고 나태한 정신을
끊임없이 익히는 일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고
음식은 익으면 소화가 더 잘 되듯이
내 정신을 두루 익히어
그대의 말을 항상 겸손한 자세로 경청하고
그대에게 바른말도 쓰리지 않게 말하도록 유의하며
그대를 균형 잡힌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하는 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린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여 자칫 겁이 날지 언정
마음을 헤아리려는 그 숭고한 의지만으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아차리는 일
또한 내 안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들로
그대의 마음을 선(善)으로 가득 채우고
그대의 삶을 따뜻한 사랑으로 축복하는 일
그대와 함께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매일 한결같이 성실하게
내 마음을 다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