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은 Feb 08. 2024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작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답장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편지지를 채워 나가는 일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을까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편지지를 채워 나가는 일


꾹꾹 눌려진 글씨들 위로

수많은 감정들이

얇은 편지지를 가득 메우고

파도가 되어 밀려드는 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모든 감정들 안의 고유한 색을

오랫동안 하나씩 바라보는 일


보랏빛 아픔과

칠흑의 슬픔과

회색의 괴로움을

그대로 느껴보는 일


샛노란 기쁨과

초록 즐거움과

파아란 행복을

그대로 느껴보는 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내 안에 이름을 잃어버린 감정들에게

각각의 고유한 색을 찾아주어

삶이라는 하늘에 무지개로 탄생시키는 일


나와 같이 사랑을 하고

나와 같이 감정들을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편지지를 채워나가는


나와 같은 그들의 하늘에

잠시라도 무지개가 피어날 수 있도록

곁에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아 주는 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칫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는 행위가

위대하고 아름다운 빛깔들로 승화되어

하나의 거대한 무지개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




사진 - 이제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