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답장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편지지를 채워 나가는 일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을까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편지지를 채워 나가는 일
꾹꾹 눌려진 글씨들 위로
수많은 감정들이
얇은 편지지를 가득 메우고
파도가 되어 밀려드는 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모든 감정들 안의 고유한 색을
오랫동안 하나씩 바라보는 일
보랏빛 아픔과
칠흑의 슬픔과
회색의 괴로움을
그대로 느껴보는 일
샛노란 기쁨과
초록 즐거움과
파아란 행복을
그대로 느껴보는 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내 안에 이름을 잃어버린 감정들에게
각각의 고유한 색을 찾아주어
삶이라는 하늘에 무지개로 탄생시키는 일
나와 같이 사랑을 하고
나와 같이 감정들을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편지지를 채워나가는
나와 같은 그들의 하늘에
잠시라도 무지개가 피어날 수 있도록
곁에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아 주는 일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칫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는 행위가
위대하고 아름다운 빛깔들로 승화되어
하나의 거대한 무지개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