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를 맞으며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주사를 맞으며

오늘은 잠깐 나를 잊어야겠어요.

열이 오르고 몸의 근육들이

궤도를 이탈해버렸습니다.

정신을 자꾸 놓치는 날이었습니다.

긴장이 길어지고 빠듯하게

며칠 동안 몸을 옥죄었습니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잠시 무시했나 봅니다.

탈은 순식간에 납니다.

방심하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있지요.

몸살이 났습니다.

많이 불편하고 정신이 오갈 데에

먼저 가거나 뒤늦게 옵니다.

엉덩이를 까고 주사를 한 방 세게 맞았습니다.

얼얼한 궁둥이를 문지르며

나를 방어하지 못한 시간에게 미안해집니다.

나를 사랑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군더더기 같은 걱정거리들을 떼어 내줄

주삿바늘의 힘에 의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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