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겨울 속의 봄
새해가 시작된 1월이다. 누군가는 계획을 세우고 소원을 시작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계획 없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무계획을 예찬하기도 한다. 나는 그냥 일상을 살겠다는 계획 아닌 삶의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시간에 충실히 적응해가겠다는 말을 담백하게 하고 싶다. 소박할수록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 경험상 알 수 있을 만큼 살아왔다. 하루의 일상을 무던히 살아내는 것의 반복이 새해에도 여전히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이번 겨울이 수상하다. 예년의 칼바람이나 종종걸음을 치게 하는 동장군은 온데간데없다. 연일 포근한 영상의 기온이 계속되고 있다.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다. 장맛비처럼 며칠씩 겨울비가 오곤 한다. 지구 반대편 어딘가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발생한 산불이 몇 달 동안 지속되고 불의 토네이도 현상까지 일어나 섭씨 48.9도까지 기온이 급상승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는 작년의 넋두리는 이제 대폭 수정해야 할 판이다. 겨울이 겨울스럽지 않다. 본격적인 봄이 오고 있는 3월의 기후가 12월 겨울의 시작부터 1월의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 내일부터는 연 3일 동안 장대비가 올 거라는 예보를 한다.
겨울이 춥지 않거나 여름이 덥지 않으면 자연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어있다. 계절이 본래 자기의 역할을 다할 때 사람의 삶도 제 궤도를 지킬 수 있다. 겨울이 봄처럼 온화하다. 찬 기운에 활동을 억제하거나 얼어 죽어야 할 이롭지 못한 병원체들의 생명력이 왕성해지면 흉년이 들고 사람들의 대항력이 약해진다. 눈이 오지 않는 겨울로 인해 관련업은 과다한 비용에 사업을 접거나 축소를 하고 얼음과 눈 축제는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정체되어 살인적인 수준을 유지한다. 춥지 않아서 좋아라 할 수 없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 3일꼴로 칼바람이 불고 얼음이 쩍쩍 얼어야 한다. 한 달에 몇 번은 펑펑 함박눈이 쌓여서 멋진 백설의 풍경을 보여줘야 하고 대지를 얼려야 한다. 얼었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며 사람도 자연도 시련에 적응하도록 단련을 시켜야 한다.
겨울 속의 봄, 추위를 지키는 임무에 느슨해져 있는 겨울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