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현신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가을의 현신


반복되는 시간의 변화가 식상할 만 하지만 막상 변화에 직면하면 처음인 듯 새롭게 다가온다. 팔에 와닿는 바람의 느낌이 심상치 않다. 햇살이 눈부셔 반소매 셔츠를 입고 나온 이른 아침에 서늘함이 소름을 돋게 한다. 긴팔 옷으로 바꿔 입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시간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 외부와 직접적으로 접속이 되는 살갗이다. 콧속으로 드나드는 공기의 압력이 달리 느껴진다. 귓바퀴를 타고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바람이 냉랭하다. 그늘을 짙게 드리웠던 나뭇잎들이 교묘하게 색깔을 잎끝부터 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정도의 변신을 알아챌 정도가 되면 이미 가을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것이 된다. 그렇게 해마다 가을을 맞이하지만 매 해마다 다가온 가을은 다르게 느껴진다. 나뭇잎의 변화가 일정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온 시간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길 가장자리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황무지에, 보도블록과 건물 사이의 틈새에, 땅이 허락을 해주는 곳이면 어디나에 얕은 뿌리를 내리고 살아내는 왕고들빼기도 무성하던 잎을 줄이고 꽃을 피웠다. 가을이 절정으로 진입할듯하면 피었던 순차적으로 꽃이 질 것이다. 씨방을 맺고 홀씨로 만들어 다음의 생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잔기침이 시작된다.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몸이 미리 경보음을 보내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으면 마음에도, 몸에도 탈이 난다. 왕고들빼기의 준비처럼 차근차근 현신하고 있는 가을에 적응을 시작하라고 나를 보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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