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을!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안녕! 가을!


한걸음 더 가슴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잘 맞이해 함께 엉키다 서운함이 없이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되풀이되는 만남과 이별은 숙명입니다. 삶의 시간 동안 유지해온 나의 참됨과 헛됨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가볍게 손인사를 하고 시작하지만 헤어질 때가 되면 깊은 눈인사를 해야 하는 반복이었습니다. 붉은 애기단풍나무 아래서 한나절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하다가도 참이슬 병을 따놓은 허름한 생선구이와 무침집 원형 스텐 테이블에 앉아서는 유쾌한 얼큰함에 허세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스산해지면 옷깃을 세워주기도 했고 때마침 오는 빗소리를 위해 귀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움을 떨어뜨리고 나목이 되면 아쉬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어서 공유하고 있는 공간을 한사코 벗어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귀한 손님을 맞듯이 가을을 맞이한 지 한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놓아주기 싫은 연인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지만 부재의 기간은 허전합니다. 나에게 가을은 무게가 늘어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안녕! 가을!

이번에 함께 있는 동안은 아픈 것은 덮어주고 밀어내야 할 것들은 있는 힘 다해 몰아내게 응원해 주길 바래. 무엇보다도 나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도록 나를 채근해주면 좋겠어. 나에게 잘해주는 방법을 잊고 살아야 할 날들을 더는 용서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나에게 전부는 나였다는 것을 새기는 시간이면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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