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통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계절통


몸에 살이 들어오는 것보다 마음에 들어오는 살을

회피하고 싶어지는 환절기입니다.

지나치며 가볍게 고개 인사를 나누는 이웃처럼

일상적인 마주침 정도면 좋겠습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떨어진 참나무 이파리에

흔적을 남긴 채 뒹굴거리고 있는 길을 천천히 걸어

담담하게 그러나 단단한 심정으로

갑옷을 지어 입고 하룻길을 시작합니다.

곁을 지나쳐도 울음소리를 멈추지 않는 귀뚜라미처럼

지나가고 다가오는 계절의 변신을 당당히 맞이하고 싶습니다.

마른기침이 시작되고 신경을 예민하게 하는

왼쪽 편두통이 가을통으로 찾아왔습니다.

몸이 계절을 맞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쓸데없이 외로움에 빠져들지 않은 상태로,

지나친 그리움에 눈 붉어지지 않는 적당한 마음통으로

가을의 개념을 정리해 심장에 복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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