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장
두께감이 있는 차렵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다.
찬기운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구월이 시작되었다.
자작거리며 밤을 새운 비는 아직 그치기엔 서운한지
투박한 소리로 새벽을 동행해 오고 있다.
덮어쓴 이불속에서 눈을 뜨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는 얽힌 문장들이 완성되지 못하고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세계에서 무중력의 상태로 부양 중이다.
걱정을 일삼아주는 사람들과 걱정거리가 되는 사람들이
밤사이 꿈속을 손님처럼 들랑였다.
잠을 털고 일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수면을 방해하던
이물감 같은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도 지분거리며
신경을 거슬리게 찔러댈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따순기가 배어있는 이불을 걷고
냉기가 맴도는 잠 밖으로 아직은 나서기가 싫다.
가을을 맞아 슬기롭게 마주서 살아야 할 문장을
단단한 이음새로 연결해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은 멈칫거릴 틈을 줄 여유가 없다는 듯
이미 밑줄 그어놓은 빈칸을 메꾸기 전에 시작해버렸다.
"________ 하며(게) 살아야 할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