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봄비에 그리움을 흘렸다
마른 흙이 바람에 일어나 흩날리는 날이 길어질수록
꽃이 필 기미마저도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애써 얼굴을 내민 꽃들도 생기가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음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만 보았습니다.
가뭄처럼 간직하고 있기를 부담스러워했던 그리움과
풀지 못한 채 가지고 있어야 했던 속수무책의 보고픔이
마음그릇에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먼지가 일던 지표면을 적시는 봄비가 오고 있습니다.
젖은 흙에 얼룩이 진채로 수선화가 고개를 들어 올립니다.
홍가시나무 끝에 붉은 잎이 삐죽이 올라옵니다.
들고 나섰던 우산을 접어 옆구리에 끼고
비가 내리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어내 봅니다.
주, 르, 륵 이마에서 눈가를 돌아 봄이 흘러내려옵니다.
마음에 매어놓았던 그리움을 빗물에 딸려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