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그리움을 놓았습니다
블라인드가 내려진 창밖은 볼 수가 없습니다.
가리고 싶은 시간을 격리하는 방법은
기억과 시간의 간격에 블라인드를 치는 것입니다.
순천의 탐매 마을에 봄이 피었다고 하는군요.
광양 섬진강을 따라 다압에 꽃망울이 터졌다는군요.
뒷짐을 지고 햇살이 줄지어 내리는 밖으로 나가봤습니다.
건조주의보가 경보로 바뀌어 있는 마른 대기는 여전하지만
잔디가 싹을 올리려 아등바등 애 깨나 쓰고 있더군요.
광대나물이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지만
사실은 이미 피고 지기를 먼저 시작한
별꽃을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집을 부려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았습니다.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부터 이별은 끝이 났다는 것을.
그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내가 나에게 해줄
허전함의 뒤풀이 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매화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큰개불알꽃 위에 떨어져 색깔이 바래가는
흰꽃 이파리 하나 주워 들고 후, 입바람을 불어 날려 보냅니다.
그리움을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