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멀미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계절 멀미


봄 마중을 떠나고 있는 행렬을 따라 남쪽으로 출발을 했지요.

무얼 볼까, 뭘 할까, 어디를 갈까 정하지는 않았답니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그냥 있을 수 있기를 바랐다지요.

차들이 몰리는 곳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오.

무작정 추종의 대상이 없이, 목적지 없이 따라가도록

봄은 넋을 놓게 만들었다네요.

아련하게 꽃냄새가 나는 쪽을 큼큼거리면서,

눈 시린 하늘색을 흔드는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에게 부탁해

한동안 보지 않았던 인연들을 위해 기별이라도

몇 자 보내고 싶어져 물컹거리면서 봄의 손을 잡아보고 싶었어요.

곡성의 기차마을을 지나고

구례 사성암을 멀리 끼고 지나쳤지요.

순천으로, 광양으로 어느새 하동 가까이까지 이르러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때,

새파랗게 흐르는 강물을 타고 떠내려오는

봄을 영접하다가 울렁울렁 멀미가 났답니다.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봄바람이 들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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