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글을 짓습니다
단어들을 씻어 가슴속에다 불려놓습니다.
머리로 올리기 전에 충분히 불어난 낱단어들이 필요합니다.
알맞게 표현할 문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들을 치밀하게 이어야 합니다.
설익지 않도록 고르게 펴서 밥솥에 쌀을 안치듯
단어와 단어를 안정화시켜 줍니다.
쌀알들이 윤기를 내며 서로 뭉치며 익어갈 동안
솥을 덥힌 김이 임무를 마치고 뚜껑 사이를 비집고 나가듯
가슴에서 머리까지의 통로를 개방해야 합니다.
상차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잘 지어진 공깃밥이
상위에 올라야 하는 것처럼
맛깔스러운 글을 짓기 위해서는 단어들의 어울림이 찰져야 합니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매운 연기에 눈물콧물 흘리며
비지땀에 젖어 지어낸 밥이 제맛으로 대우받아야 정상입니다.
예스러운 가마솥에 밥을 짓듯 글을 짓습니다.
한 줄의 글을 대면하기 위한 나의 태도는
정성이라는 말을 이처럼 어렵게 돌려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