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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Oct 19. 2024

엄마 왜 나만 안돼?

좀 고집스럽게 전체이용가만 허용하는 이유


# 친구들은 다 카톡 있는데 왜 나만 안돼?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논다고 나갔던 8살 둘째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한테 따지듯 물어본다.

"엄마 왜 나만 안 돼요? 친구들은 다 카톡 있는데. 나도 친구들이랑 페이스톡 같은 거 하고 싶단 말이야."


휴대폰은 첫째가 8살이던 해에 처음 구입했다.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노는 둘째와 셋째를 동시에 케어하다 보니 학원을 다녀오던 첫째와 서로 길이 엇갈려서 울고 불고 찾아 헤맨 뒤, 휴대폰의 필요성을 느껴 사주게 됐다.


둘째도 언니처럼 8살이 된 올해 처음 휴대폰을 갖게 됐다. 하교 후 각자 학원이나 놀이터를 오갈 때 연락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대신 두 아이 모두 카톡은 깔아주지 않았고 필요하면 친구들과 기본 문자나 전화로 소통하도록 얘기했다.


아이들은 아직 의사소통 방법이나 표현력에서 서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문자로만 의견을 전달할 때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 친구들끼리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하면서도 감정 표현과 조절이 능숙지 못해 서로 싸우고 다투는데 메시지로만 소통하는 상황에선 더 어렵지 않을까.


별 뜻 없이 "야 너 모해, 바보, ㅋㅋㅋㅋ"만 보내다 끝난다던지, 느닷없이 여러 가지 이미지만 보낸다던지, 이걸 다른 친구 몇 명에게 안보내면 부모님이 죽는다는 내용의 반협박식 행운의 편지만 계속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부분은 카톡이 아니라 기본 문자 메시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카톡에서는 아이들이 더 쉽게 접근해 가벼운 채팅을 많이 나누기 때문에 그나마 한 단계라도 불편한 허들을 놓아두는 것처럼 카톡을 깔아주지 않았다.


실제로 카톡에서 아이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서 오고 가는 얘기 중에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문제가 되는 일들이 생긴 사례가 여럿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학생들만 있는 단체 채팅방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공지가 내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친구들은 다 한다는데 우리 애만 안 깔아줄 수는 없다던지, 가족들끼리만 소통하는 용으로 쓴다던지 등등 각각의 이유와 명분을 갖고 이미 카톡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다. 물론 스마트폰이 아닌 키즈폰이나 워치폰을 쓰기도 하고 카톡은커녕 휴대폰 자체가 없는 아이들도 꽤 있다. 휴대폰 사용 연령에 대한 의견도 부모마다 생각하는 견해가 다르다.




# 초등학생 아이랑 그 영화 같이 봐도 될까요?


이용 연령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되도록이면 보는 것에서는 좀 고집스럽게 그 기준을 지키려고 한다.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12세 이상 이용 가능 앱이다. 스스로 아무 일 없이 쓰겠다고 다짐해도 어쨌든 카톡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내에서 12세 미만이 접하면 좋지 않을 정보와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어떤 영화가 유명세를 타면 커뮤니티에 꼭 올라오는 질문글이 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저랑 그 영화 같이 봐도 될까요? 많이 잔인한가요? 야한 장면 나오나요?"


한창 <오징어게임> 열풍일 때 19세 이상 관람가이던 그 드라마를 유치원을 다니던 아이가 자기 반에는 엄마랑 같이 본 친구도 있다는 얘길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몇 년 전 영화 <아바타 2>가 인기를 끌 때 가족들과 극장에서 보고 온 친구들이 부럽다며 칭얼댔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어린이 용품에 새겨진 캐릭터 그림으로 익숙한 <어몽어스> 게임의 이용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초등학생 친구들이 좋아한다는 <로블록스> 게임도 찾아보니 12세 이상. 


넷플릭스나 쿠팡플레이에서 6, 8, 10살인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고를 때도 이용 연령 기준이 이슈가 된다. 제목이나 스토리, 캐릭터를 보고 재밌겠다 싶더라도 7세 이상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인 것들은 볼 수가 없다. 7세 이상인 프랑스 애니메이션 <레이디버그>, 12세 이상인 <이상한 가게 전천당>도 마찬가지.


아이들과 애니메이션 몇 가지를 보다 보니 이용 연령에 따라 표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예를 들면 전체관람가에서는 "너를 혼내줄 거야", "가만두지 않겠다" 정도로 순화해서 표현하지만 7세, 12세, 15세 이상으로 넘어가면 그 행위가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널 없애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식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캐릭터와 그림체는 예쁘고 귀엽더라도 대사나 스토리 흐름상에서 폭력성이 느껴져서 흠칫 놀란다.



# 좋은 것만 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요즘엔 오히려 초등학생 고학년 혹은 중학생 이상은 더 이상 카톡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카톡은 그저 부모님과의 소통용일 뿐이고, 실제로 친구들과 편히 하는 찐 대화는 인스타 DM으로 한단다. 인스타는 미성년자 가입이 안될 텐데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그걸 뚫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할 수 있는 편법이 있나 보다. 


그 얘기를 듣고는 이제 아이가 점점 클수록 엄마가 통제할 수 없는 거친 세상에 놓아지게 된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어차피 알게 될걸, 어차피 보게 될걸, 어차피 하게 될걸 그냥 지금 좀 먼저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냐며 부모 동의하에, 부모 동석하에 하는 건 괜찮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어른이 되면 알게 되니 오히려 엄마인 내가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을 때 해당 수준과 연령에 맞는 것 안에서 채워주고 싶다. 세상이 무조건 좋고 편하다는 안전주의라기 보단 좋은 것만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아이들을 품 안에 자식으로 보듬을 수 있는 시기가 정말 짧다. 


육아에는 다 그에 맞는 때가 있다. 걸음마를 배워야 할 때, 이유식을 먹어야 할 때, 자립심을 키워야 할 때.. 지금 아이 연령에 맞는 걸 찾아 조금은 고집스럽게 제한해 주는 것 또한 연령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지혜로운 육아법이 아닐까.


자기 나이와 수준에 맞는 좋은 것들을 보고 자란 아이라면, 비로소 어른이 되어서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자기에게 불필요한 것들은 걸러낼 줄 알고 거친 것들은 꼭꼭 씹어 소화해내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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