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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4시간전

내가 살고 싶은 집

당신만의 드림하우스가 있나요?

# 나만의 드림하우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운전해보고 싶은 나만의 '드림카'가 있는 것처럼, 부동산의 영역에서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각자의 '드림하우스'가 있을 것이다.


예전엔 딱히 드림하우스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내 집 한 채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이는 수많은 아파트 창문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많은 불빛들 중에 내 집 하나 없다는 사실이 꽤 서글플 때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 집마련을 하고 나서 보니 이제 단순히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이러이러한 집, 어느 지역에 있는 집, 이런 조건을 갖춘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됐다.



# 화장실 2개 있는 평면도의 힘

'그냥 상황 되는대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이사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구체적인 목표상을 갖는 것의 힘은 남다르다.


옛날에 친정엄마가 지인분을 따라 우연히 모델하우스에 가보시고 신세계를 보고 온 듯 크게 쇼크를 받으셨다. 그때 당시만 해도 거의 다세대주택이나 연립 빌라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였는데 아마 새롭게 분양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다녀오셨던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집도 있냐며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며 얘기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델하우스에서 받아온 평면도가 있었는데 엄마는 그걸 안방 벽에 붙여두셨다.

"우리도 이렇게 화장실 2개 있는 집으로 이사 가자."

솔직히 엄마가 대놓고 붙여둔 도면이 괜스레 부끄럽기도 했고 우리 형편상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맘이 들어 당시엔 관심 없이 흘려들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우리는 꾸준히 화장실 2개 있는 집들로만 이사를 다녔다.


단순히 여기보다 좋은 집으로 가야지 하는 것보다 화장실 2개 있는 집으로 가야지 라며 구체적인 드림하우스를 떠올리며 꿈꾸는 것이 오히려 실현가능성을 높여준 것 같다. 그냥 좋은 곳이 아닌 엄마가 원하는 드림하우스의 기준과 목표를 갖게 됐으니 말이다.



# 딱 이쯤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나도 결혼 후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아이 셋을 낳고 살기를 10년쯤 하다 보니 어렴풋이 나만의 드림하우스를 그리게 됐다.


신랑이 업무상 방문이 잦은 곳은 주로 성수나 구로, 여의도, 강남이다. 그 지역에서 저녁 러시아워 시간대에 운전을 하며 오다가 '아 더 밀려서 가지 않고 이쯤에서 옆길로 빠져서 바로 보이는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싶은 지역이 바로 마포였다.


마포는 광화문, 여의도, 강남, 강북 여기저기로 가기 편한 위치고 당연히 지하철, 버스, 택시 등등 다양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마다 다르겠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밤섬과 일렁이는 한강뷰가 보이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며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갖길 원하고 나와 신랑도 각자 작업하고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는 서재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분명히 20평대를 넘어 한번 더 점프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같은 5인 가족의 경우 최소 방 4개가 되어야 안방, 아이들 자는 방, 아이들 공부방, 부부 서재 형식으로 나누거나 안방과 아이 3명 각자의 방을 나눠줄 수 있다. 쓰임새 있는 방 4개가 나오려면 아마 최소 30평대 후반 이상 되는 평형이어야 가능하다. 학령기에 있는 아이들이기에 학교와 학원가가 가까울수록 좋다.


최근에 대입을 앞둔 지인 자녀들을 보며 집이 서울이면 아이들이 인서울 학교를 다닐 때 오가기도 수월하고 결혼 전까지 취업해서 회사를 다닐 때 직주근접에 유리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결혼 전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대학교를 통학하던 시절을 떠올려볼 때 확실히 서울에서 사는 게 에너지와 비용적인 측면 등등 여러모로 편리하겠다 싶었다.


# 최종 드림하우스를 위한 n차 드림하우스

이렇게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주절주절 조건을 정리하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건 '예산'이다. 지역에 이런 조건을 가진 이런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것은 알겠지만 집을 매수하기 위한 돈이 있어야 한다.


단번에 그런 드림하우스로의 점프 갈아타기란 로또에 당첨된다고 해도 어려운 판국이니 결국 예산에 맞는 1차 드림하우스로의 이동을 1차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예산에 맞는 곳을 찾던지 드림하우스를 매수하기 위한 목표액을 세우고 시드머니를 더 모아가며 준비하던지 말이다.


우리의 예산은 대부분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종 드림하우스를 위한 1차, 2차, n차 드림하우스들을 거쳐 가는 프로세스를 밟게 된다. 여러번의 갈아타기를 하며 자산도 불려가고 목표와 가까워져 가는 셈이다.


그래도 드림하우스를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곳의 시세와 흐름을 알 수 있고 필요한 예산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드림하우스와 신랑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드림하우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우리 가족이 꿈꾸는 드림하우스를 알게 되고, 수십 년 전 엄마가 벽에 붙여두셨던 평면도처럼 나도 우리 가족이 이사가게될 드림하우스의 평면도를 붙여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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