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거의 없는 방식이라는데
우리가 매매할 집을 알아보던 당시 이미 입주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예정인 신축 아파트 3곳이 있었다. A, B, C 아파트 중에 C는 입주 가능한 날짜가 너무 멀어서 최대한 빠르게 이사 가고 싶은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았다. 결국 A와 B 두 아파트 중에 고르게 됐는데 A는 이미 단지 조성이 끝나 입주한 사람들도 있어서 아파트에 직접 가볼 수 있었다. B는 아직 단지 내부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단지배치도만 보고 물건을 잡아야 했다.
먼저 A 아파트에 갔을 때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담한 분위기긴 한데 뭔가 탁 트이지 않은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들 직접 가보라고 하는 거였다. 가격, 층수, 동향, 커뮤니티 위치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니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엔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던 B 아파트를 알아봤다. 한창 부동산 분위기가 좋을 때라 프리미엄이 매일 올라가고 있었고 내가 눈여겨봤던 1층이나 필로티 매물들은 주인 마음대로 가격과 입주 일정이 계속 바뀌곤 했다. 그나마 나온 매물들 중 골랐던 집들을 매수하려고 문의하니 입주는 가능한데 잔금을 나중에 해달라고 하기도 했고 천천히 팔아도 되니까 지금 가격 말고 본인이 원하는 가격대로 팔겠다고 했다. 매수자보단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다.
특히나 한 번의 사전점검이 끝났던 곳이라 더더욱 값이 올랐다. 원래 건물이 아무것도 안 올라와있을 때보다 아파트에 도색이 되고 외부 경관이 꾸며질수록 값이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루하루 시간은 가고 결정은 못 하니 계속 연락하던 부동산 사장님이 여기서 평생 살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맘에 드는 물건 모두 나간다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내 멘탈을 정리해 주셨다.
결국 학교, 정문과 가까우면서도 제일 저렴한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을 매수했다.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던 아파트 공사 현장 밖을 기웃거리며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보통 계약금은 매도가의 10%이긴 하지만 이 부분도 매도자와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다. 일반 아파트가 아닌 신축 아파트의 분양권을 살 때는 매도인이 지불했던 계약금(보통 10%) 외에 프리미엄(P)을 더해서 매수하게 되는데 이 금액은 계약당시 계약금과 프리미엄 금액을 함께 지불해야 분양권을 완전히 매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양가 3억 5천 인 신축 아파트의 분양권을 사려고 할 때, 계약금 10% 3500만 원과 함께 매도인이 원하는 프리미엄 가격을 더한 현금이 준비돼있어야 한다. 매도인이 원하는 프리미엄이 6000만 원이라면 계약금 3500만 원과 P6000 만 원을 더한 9500만 원 즉, 1억 가까운 현금을 계약서 작성 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계약금, 확장비, 프리미엄비, 각종 세금, 복비 등등을 모두 포함해 지불할 수 있는지 체크해 현금을 확보한 뒤 계약을 진행했다. 일반 아파트 매수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부분들도 충분히 있었다. 여유 자금이 넉넉지 않은 경우에는 돈백만원이라도 펑크가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미리 꼼꼼히 따져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P가 붙은 분양권 매수를 마친 뒤 입주날에 잔금을 치르면 되는데 보통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 우리처럼 생애최초, 30대 초반, 신혼부부(결혼 7년 이내), 다자녀 가정 등등 자격이 가능하다면 일반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보단 정부의 보금자리론을 추천한다. 저렴한 이자에 고정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최대한 적용할 수 있는 조건들을 끌어모았고 결국 2% 미만의 굉장히 좋은 저금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해가 딱 결혼 7년 이내의 신혼부부 자격을 가진 마지막 시점이었던 게 하이라이트였다.
보금자리론 대출 신청을 할 때 상환방식을 정해야 하는데 '체증식' 상환을 선택했고 지금도 그 장점을 잘 누리고 있다. 체증식은 일반 시중은행 상품에는 거의 없고 정부 상품에만 있는 상환 방식이라는 걸 보면 당연히 회사의 이윤을 떠나 고객에게 더 유리한 상품임을 말해준다.
체증식 상환은 초기에 상환해야 하는 상환액이 적고 점차 늘어가는 방식이다. 우리처럼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30대 초반에 가정을 꾸려 집을 사려고 하는데 기본 자금은 부족하고 당장 매달 많은 원리금을 감당하기 힘들 때 선택하기 좋다.
예를 들어, 4억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할 때 생애최초는 80% 대출까지 나오기 때문에 수치상 최대 3억 2천 대출도 가능하다. 가진 현금이 1억이고 3억 대출이 필요하다고 치자. 3억 대출을 체증식 상환 방식으로 2% 이율 40년 대출로 했을 때 월 부담액은 최초 5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이후 매년마다 거의 10만 원 정도 씩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금자리론 관련 홈페이지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월 상환액도 모두 계산해서 뽑아볼 수 있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과 이유로 체증식 상환을 선택했다. 종잣돈이 적었기 때문에 월부담액이 적은 체증식을 선택해 고정금리로 가져갔고 다들 고금리 시대에 영끌 대출 때문에 힘들다는 기사가 쏟아질 때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당장 종잣돈이 부족하고 월 상환액도 부담스러운 30대 초반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가 있는 우리 가정 같은 조건이라면 체증식 상환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향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연봉도 오를 것이고 부동산 시장이 좋아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크게든 작게든 올라간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다만 체증식 상환법은 원금보다 이자를 먼저 갚아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기간 해당 상품을 유지하기보단 초반에 적은 월 부담액으로 집을 구매한 뒤 오른 집값과 모은 현금으로 상환을 하고 다른 아파트로 갈아타는 형식을 추천한다.
체증식이라 월부담액이 적다고 마냥 좋아하고 있을게 아니라 향후 다른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통해 이동할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말 그대로 초기에만 부담액을 줄여 시간을 벌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점차 늘어나는 상환액을 체크해 추가 종잣돈을 언제까지 얼마나 모을 건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 우리는 그냥 집을 못 산다고 상상만으로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잘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남들이 좋다는 것보다 내가 살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조건으로 가장 좋은 집을 산다>는 마인드가 정말 도움이 됐다. 우리 같이 적은 자본금을 가지고도 생애최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