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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레이첼 Dec 04. 2024

특례보금자리론을 놓친 뒤 보이는 것들

정책적 대출은 잽싸게 잡아라

# 같은 단지 내 대형평수 급매가 나왔다


우리는 5인 가족이기에 현재 있는 20평대 말고 언젠가 평수를 넓혀 공간적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필요성을 늘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작년 8월쯤 부동산 매물들을 보며 체크하는데 마침 같은 단지 안에 희귀 매물이던 대형평수가 급매로 나와서 부동산 사장님께 문의를 넣어 매물을 직접 보러 갔다.


거실에 큰 기둥이 있다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 외에 4개의 방이 모두 크고 수납과 구조도 좋아 실거주로 살며 아이들을 쭉 키우기에 제격이었다. 필로티라 층간소음 걱정도 덜한 데다가 아이들 공부방과 침실, 부부가 작업할 서재방까지도 넉넉히 꾸밀 수 있던 구조와 평형이었다. 집주인분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너무 싼 가격으로 내놓은 상태라 안타까워하시며 이렇게 정말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정확한 매수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거다. 현재 거주하는 집이 매수했을 당시보다 호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도 지금 이걸 살 사람이 있어야 팔고 나서 우리도 현금화가 돼 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집이 팔리지 않으면 그저 전세금처럼 깔고 앉은 돈과 마찬가지였다. 팔려야 진짜 내 돈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저층 소형 평수인 우리 집을 호가보다 좀 덜 받고 팔더라도 무조건 현금화해서 이동해야 하는 시기인지 고민이 됐다. 우리 단지 안에서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시기였어서 괜히 혼자 어설프게 매수했다가 대출금에 허덕이고 집값은 꺾이는 거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특례보금자리론


그래도 당시 나름의 기회 신호라고 생각했던 킥은 바로 특례보금자리론이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특례보금자리에 대해 꾸준히 언론에서 보도되며 적극 밀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기존 다른 대출과 달리 소득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 5억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맞벌이로 합쳐지는 높은 소득 때문에 정부 대출 가능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도 새롭게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급매로 나온 집을 보며 현재 집을 매도해 얻은 이익과 모아뒀던 현금에 황금 동아줄처럼 내려온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최대 대출을 얻어 갈아타기를 해야겠다는 아름다운 계산이 나왔다.


이렇게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적 대출은 그야말로 반짝 세일 같은 기회이기 때문에 각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원리금과 수준을 파악해 안전 범위 안에 들어온다면 진행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기회를 잡는 셈이다.


이 기회를 읽었던 이들은 발 빠르게 특례보금자리를 이용해 갈아타기 및 부동산 매수를 통한 자산증식에 나섰고 예산이 소진되자 결국 24년 초 대출이 종료됐다. 역시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현재 이와 비슷한 상품으로 보이는 건 신생아특례대출. 난 해당되지 않지만 만약 출산 2년 이내의 아이가 있다면 활용해 볼 만하다.


# 그런데 난 왜 안 샀을까?


머리로는 특례보금자리론과 우리 집 매도금, 현금을 모아 이동하자 했지만 가장 센 브레이크를 걸었던 건 바로 서울에 대한 희망이었던 것 같다. 야무진 꿈처럼 다음 집은 꼭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그냥 현실에 안주해서 같은 단지 안에서 평수를 넓히는 게 실거주적으로 그리고 투자적으로 현명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신랑은 어쨌든 거래처나 고객사가 서울에 있고 미팅과 공부를 위해 출퇴근을 하는데 자칫 러시아워에 걸리면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린다. 최악의 왕복이면 하루 최대 4시간까지 나온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 5명 중 신랑 1명의 희생으로 이 삶을 누릴 수 있는 게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신랑의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점에 있어서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역시 서울 집값이 올라가는 속도는 경기도와 차원이 달랐다. 같은 돈으로 서울에 투자해야 돈 불리기가 쉽다는 단순한 상식이 더 뼈저리게 느껴졌다.


부동산은 내가 가진 돈으로 가장 좋은 것을 사는 것인데 이게 가장 좋은 것을 사는 선택인지 계속 자문했다. 그렇게 우리 집을 내놓고 팔지도 못하고 나왔던 급매를 사지도 못하고 고민하던 사이 결국 급매로 내놨던 주인분은 가격에 팔기 너무 아깝다며 지인에게 전세를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고민하는 사이 집주인이 매도 의사를 거둔 것이다.



# 현명한 1 주택자 갈아타기를 위해서


나중에 부동산에 대한 여러 전문가 의견과 정보를 찾다 보니 가장 최악의 갈아타기는 '같은 급지에서의 갈아타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비슷한 급지에서 동네만 바꿔서 이동한다던지 같은 단지 안에서 평수만 넓혀서 이사하는 것이 이에 해당됐다.


흔히 말하는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가장 현명한 법으로 통하는데 누구나 아는 강남이나 1 급지로 단번에 점프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니 현재 자신이 속한 곳보다 1~2단계 높은 상급지로의 이동을 추천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우리가 가진 예산에서 급지를 높여 이동할 때는 현재의 실거주 수준을 다운그레이드해야 했고 아이들의 학교나 친구 관계 등도 고려해야 해서 마땅한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의 생각은 아예 실거주와 투자를 분리한 갈아타기로 맘이 기울었다. 등기는 서울에, 실거주는 경기도에. 집을 매도한 뒤 얻은 수익과 현금, 대출금 등을 모아 가장 좋은 투자처를 사서 세를 준 뒤 실거주는 현재 동네에서 평수를 넓히거나 전월세로 이동해서 거주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 또한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 편히 살고 싶은 내 집을 갖고 싶어 1 주택을 했는데 이 주택을 버리고 다시 자발적으로 전월세로 돌리는 등의 불편함들을 안고 가야 한다.


1 주택을 넘어 2 주택부터가 진짜 부동산 투자자의 포지션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아이들 3명에 이미 초등학생이 2명이다 보니 고려할 사항들이 점점 많아진다. 괜히 움직였다가 지금 누리는 저렴한 이자도 버리고 부담할 원리금도 늘어날텐데 아이들 교육비를 포함해 각종 지출들도 늘어나는 현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좋은 선택이 반드시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다르고 그에 따라 집을 실거주와 투자로 무 자르듯 딱 잘라 구별하기 조차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반드시 자신만의 기준과 그에 따른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 준비되지 않는 사람은 눈 앞에 있는 기회가 기회인 줄도 모르고 흘려버린다.


아마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1~2년 후쯤 한번 더 점프를 해야 할 시기가 올 텐데 그때 즈음을 목표 시기로 잡고 자산 계획과 매물 분석, 급지 파악까지 모두 돼야 진짜로 마주한 기회를 알아보고 올라탈 수 있다. 올라탈 준비를 마치고 뛰어들 시점에 한번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적 대출이 나와준다면 든든한 날개를 달고 보다 좋은 선택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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