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사랑을 하면 언제쯤 묻게 되는 그 말.
그가 내어준 한쪽 팔에 누워 그의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물었던 적 있었지.
그리고 지금은 혼자 침대에 엎어져 내가 나에게 묻고 있다.
만약 내가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그날 희성의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만약 내가 그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빈을 만나러 갔더라면...
만약 내가 그날 어린 하나를 못 본 척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그렇게 밤새워 생각을 하다 커튼 사이로 어스름한 노란빛이 슬금슬금 기어들기 시작할 때쯤 결론을 내었다.
만약 그중 단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공멸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순리였고, 심장이 타들어 갈 것 같은 이 외로움과 그리움도 악을 쓰고 견뎌야 한다.
그러다 다음 날 밤이 되면, 또 그 자세 그대로 혼잣말을 시작한다.
"만약에 말이야...."
그 만약 속에 언제나 그가 있으므로. 그를 생각하는 일은 멈출 수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