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çaí
둘째에게,
우리 둘째는 유독 아침 일찍 일어나는 아이였어.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대개 늦잠을 자기 마련인데, 너는 언제나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했지. 어릴 적엔 혼자 일찍 일어나 엄마아빠를 깨우곤 했지만, 훌쩍 큰 너는 아침잠에 빠져 있는 가족들을 조용히 기다려주는, 배려심이 있는 아이가 되었단다. 그래서 새벽은 오롯이 너만의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거야.
너는 또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아이이기도 했어.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할 때면, 너는 창밖을 유심히 바라보며 골똘히 사색에 빠져 있곤 했지. 그런 너를 바라볼 때면, 엄마아빠는 늘 궁금했단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저렇게 빠져 있을까’ 하고 말이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맞이하는 네 새벽은 어떤 시간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가 어렸을 적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던 날들이 떠오른다. 모두가 잠든 새벽, 공기는 유난히 맑고 투명하게 느껴졌고, 텅 빈 거리도 왠지 모를 신비로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지. 새벽녘의 길게 드리우는 햇살은 엄마의 작은 그림자도 길쭉하게 늘여놓곤 했고, 그 공기마저도 오직 새벽만의 호젓한 외로움과 기대감을 풍기곤 했단다. 새벽의 정적과 투명한 공기 속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새롭게 빛나고, 마치 영원히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했어.
브라질 북부의 과일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Açaí≫(아사이)라는 노래는, 이른 아침, 하루가 막 시작되는 순간의 정적과 생명감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란다. 노래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단어들을 듣다 보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존재의 새로운 면과 마주치는 듯하고, 어느새 신비로운 감상에 빠지기도 해. 바로 이런 감각이, 새벽의 고유한 감각이 아닐까?
아침의 고독,
자리를 차지한 먼지,
몰아치는 한 줄기 바람,
신비로운 인어들의 무리.
모래성 하나,
상어의 분노,
그리고 환영,
태양은 스스로 빛나네.
아사이, 수호자여,
벌의 윙윙거림, 하나의 끌림,
아침은 흰빛의 얼굴을 하고,
입맞춤은 박하 향기를 머금네. ≪Açaí≫ 가사 중
아마 너도 매일 아침 만나는 새벽 안에서, 수많은 사물들의 맨 얼굴을 보고, 생각하고, 감상하고 있겠지? 그런 새벽의 홀로 있는 시간 속에서, 아마도 너의 세계는 더 맑고 새로워지고, 우주처럼 넓어지고 있을 것 같아.
앞으로도 늘 새벽의 청량함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와 물음을 품고, 스스로만의 답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의 맨 얼굴과 마주하는 맑은 마음으로, 너만의 하루를 용감하게 맞이하길 바란다.
≪Açaí≫는 지아방(Djavan)이 만든 곡으로, 1981년 Gal Costa의 앨범 Fantasia 에 수록되었어. 보사노바 리듬이 스며든 서정적인 MPB곡이지. 엄마는 Gal Costa가 부른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쓰고 있단다. 새벽녘의 여운을 머금은 듯한 기타 연주 위에 그녀의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져서 아련함과 생동감이 동시에 전해진단다. 정서적 풍요, 자연의 감각, 꿈과 상징 등의 의미가 담긴 아사이 열매를 통해 브라질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