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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바라보는 게 좋아

O Leãozinho

by 송영채

셋째에게,


같은 배로 낳아 키웠지만, 아이 셋은 놀라울 만큼 서로 다른 개성을 빛냈다. 그중 막내는 세 자매 중 몸집은 가장 작았지만, 용맹함과 의협심만큼은 남달랐지.


어려서부터 울음소리도 크고 기세등등했던 셋째는, 5살, 3살 터울의 언니들과 다툴 때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어. 그렇게 언니들과 실랑이를 하다가도, 엄마가 언니들을 혼내는 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타났지. 그러곤 결연한 표정으로 엄마 앞에 서서, 양팔을 활짝 벌려 언니들을 보호했어.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당당함이 지금도 눈에 선하구나.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협에 맞설 줄도 알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후퇴 없이 무섭게 돌진할 줄도 알았어. 엄마에게 혼나는 것이 무섭지만, 겁이 난다고 해서 물러서는 법은 없었지. 가끔은 너무 전투적으로, 아직 덜 익은 고기를 씩씩하게 먹으면서 핏기 어린 침을 흘리기도 했어. 그런 너를 보며 아빠는 ‘아기 맹수’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단다. 작고 귀여운 아기가, 용맹하기로는 맹수 못지않기에 붙여진, 약간은 모순적이어서 더 귀여운, 오직 너만의 특별한 별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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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너에게 꼭 어울리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Caetano Veloso가 부른 ≪O Leãozinho≫ 란다. 포르투갈어의 매력 중 하나는, 단어의 끝에 -inho(남)나 -inha(여)를 붙여 작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뉘앙스를 더할 수 있다는 거야. 사자를 뜻하는 Leão에 -zinho 를 붙이면 ‘아기 사자’라는 뜻이 되지.

≪O Leãozinho≫라는 노래는 우리 ‘아기맹수’와 닮아 있단다. 이 노래는 아기 사자가 아직은 서툰 발걸음으로 뒤뚱뒤뚱 걷는 듯한, 귀여운 반주와 함께 시작해.


나는 너를 바라보는 게 정말 좋아, 아기 사자야

햇살 아래를 걷고 있는 너를

나는 네가 정말 좋아, 아기 사자야

어린 사자 한 마리, 아침 햇살 같은 너

자석처럼 내 시선을 끌어당기는 너

햇빛 속에 있는 너를 바라보는 게 좋아, 아기 사자야

너의 피부, 너의 빛, 너의 갈기

햇살 속에 너와 함께 있는 게 좋아, 아기 사자야

≪O Leãozinho≫ 가사 중


딱 셋째 너처럼, 이 노래는 너무나 귀여운 음악이란다. 뒤뚱뒤뚱 어설픈 발걸음 같지만, 그 안에는 미래의 ‘동물의 왕’으로서의 용맹함과 위엄이 숨어있는 것 같거든. 게다가 사랑스러운 네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이 애정이 듬뿍 담긴 가사까지.


셋째야, 너는 아직은 작고 여리지만,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단다. 네 안에 얼마나 단단한 용기와 깊은 따뜻함이 숨겨져 있는지. 언젠가 네가 커서 진짜 용맹한 사자가 된다 해도, 엄마 눈에는 언제까지나 귀여운 ‘아기 맹수’로 보일 거야. 그래서 훌쩍 큰 너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조용히 앞으로 나서는 순간, 엄마는 멀리서 지켜보다가 아마 눈시울이 조금 붉어질 지도 모르겠어.


‘셋째야, 엄마는 언제까지나 너를 바라보는 게 좋을 거야, 내 작은 ‘아기 맹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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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Leãozinho≫(아기 사자)는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가 만든 노래야. 브라질 대중음악인 MPB 장르에 속하지만, 부드러운 멜로디와 감성, 따뜻한 언어는 보사노바 감성을 그대로 이어주지. 2004년 앨범 Rendez-Vous에서 제인 버킨과 카에타누가 함께 부른 버전은 제인의 소녀 같은 가냘픈 음성과 카에타누의 다정한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더없이 사랑스럽게 들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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