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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삽질하는 시간

새벽이 생추어리 방문기

by Hoho

[2025년 10월]


따뜻함과 쌀쌀함을 오가는 가을날, 새벽이 생추어리에서 열린 삽질단* 행사에 참여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약속 장소에서 만나 한 차를 타고 산속 깊이 위치해 있는 새벽이 생추어리에 내렸다. 모두가 새벽과 잔디를 찾느라 눈이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농막을 지나니 흰 울타리가 쳐 있는 양지바른 땅이 나타났다. 그 안에서 돼지 잔디와 오리 더덕이 낮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그다음 울타리 안쪽에 돼지 새벽이 있었다. 새생 활동가가 울타리 문을 열어주자마자 잔디가 나와서 성큼성큼 혼자 산책을 하러 간다. 다들 괜찮냐고 놀라 물어보니 혼자서도 산책을 잘한다고 한다. 물론 곧이어 다른 활동가가 잔디를 따라갔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오늘의 삽질단이 할 일은 잔디와 새벽의 터전 안쪽에 유실수와 조경수를 식재하는 일이다. 호기롭게 땅을 파려고 삽을 들어 땅을 찍는 순간, 어이쿠, 땅이 이렇게 딱딱할 수가. 여태껏 만나봤던 땅 중 가장 딱딱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돼지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땅이 많이 다져진 것이라고 한다. 호미로 땅을 깨보고, 곡괭이로 땅을 깨보고, 물을 뿌려 조금 부드럽게 한 후에 삽으로 파보고… 역시 단연 인기는 하나밖에 없는 곡괭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잔디의 놀이터에 나무 식재를 끝내고, 새벽의 놀이터로 이동하기 전, 활동가들이 새벽을 잔디의 놀이터로 이동시켜 주었다. 새벽이 새로 심긴 감나무에 큰 관심을 보인다. 아직 뿌리가 활착이 되기 전인데 새벽이 힘으로 쓰러뜨리지는 않을까 모두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말채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이름을 잊어버린 여러 나무들을 식재한 후에 허리를 펴 풍경을 보았다. 다양한 나무와 조경용 풀들이 심긴 곳에 호기심 어린 새벽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니 그리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 모습과 공장식 돈사의 모습을 모두가 한 번만이라도 본다면 공장식으로 길러진 동물을 소비할 수 없지 않을까? 몇 년 전, 새벽이 생추어리에서 진행하는 ‘비질**’을 간 적이 있다. 트럭 안에 출근길 지하철처럼 빽빽하게 실린 돼지들이 도살장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는 돼지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장면이 자꾸 오버랩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이 공존하는 생추어리를 상상하는 이들에게는 퍼머컬처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스스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계함에 있어서 동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자연의 숲에는 동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퍼머컬처 밭에는 동물이 필요하다. 더불어 동물들에게도 퍼머컬처 밭은 생존에 좋은 조건이다. 먹거리도 풍부하거니와 다양한 가장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숨을 곳이 많다. 동물의 분변은 좋은 거름이 된다. 순환의 가장 끝이자 시작은 똥이 아닐까 싶다.


사실 동물 돌봄은 매우 큰 품이 드는 일이다. 특히 개나 고양이가 아닌 축산 동물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우리는 단 하루 삽질단으로 도와주러 왔지만, 새생 활동가들이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이룬 노력들이 대단하다 느꼈다. 새벽이 생추어리에 식재한 식물들이 잘 자라서 새벽과 잔디에게 좋은 쉼터를 제공해주고, 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발전해서 이 공간이 지금처럼 비밀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환영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삽질단 : 퍼머컬처 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밭을 조성해야 하는 곳에서 신청을 하면 가능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모여 함께 삽질을 하며 밭을 만들어준다.

자세한 행사 정보는 홈페이지(https://koreapermaculture.or.kr/)


*비질 : 도살장 앞에 찾아가 죽을 동물들을 목격하고 추모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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