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리듬 같은 걸 믿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있는 것 같다.
요즘은 특별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 매일이 똑같은 날들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왠지 의욕이 앞서고 기분이 앞선다. 내 삶이 멋지다고 생각이 든다.
반면 어떤 날은 왠지 우울하다. 운동을 다녀왔지만 도무지 힘이 나질 않는다.
내 인생이, 내가 하는 일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지?
내가 원하는 인생은 어떤 모습이지?
이상을 그리면 그렇게 살아진다는데, 나의 이상 또한 구현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순간에 내 꿈이 실현되었다는 것을 알아챌까?
그럼에도 배는 고프고 냉장고를 여는 나를 보니 아직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상하기 직전의 케이크를 먹어치운다.
내가 죽을 때 일생동안 버린 쓰레기와 음식물을 보게 되면 내 인생이 무너져버릴 것 같아
내가 싼 똥마저도 거름이 됐으면 싶다.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다.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만 사용한, 예쁘게 담긴 한 그릇의 음식을 대접받고 싶다.
고생 많았다고, 네가 가는 이 길이 맞다고, 위로받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멋진 레스토랑에, 비싼 코스 요리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대접이란 그런 것이다.
딱히 멋있는 공간도 아니고 비싼 식재료가 아니어도,
집에 가면 할머니가 차려주는 따뜻한 된장국에 고봉밥이 있는 것.
김치를 많이 담갔으니 가져가라며 굳이 챙겨주는 그런 것.
많은 이들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내 커리어의 높은 직책에 오르거나, 높은 연봉을 받게 되면 행복할 거라 믿는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예외 없이,
너도, 나도, 엄마도, 할머니도,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도, 떼돈을 번 CEO도, 시골 깊은 곳에 사는 자연인도,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도,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주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돈이 없어도, 많은 것들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만들고,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시킨 것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니까.
돈 때문에 관계를 포기하는
할 일이 있으니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포기하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은 없어야겠다.
편의점 창가에 앉아 컵라면을 먹더라도 즐거운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