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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May 26. 2023

부동산으로 3억을 날려 먹었다

‘꼭 사야 해.’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펄떡이는 활어들이 펼쳐진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내 집 하나는 있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다. 3년이 지나고 보니 눈썹 언저리쯤 되는 가격에 아파트 하나를 구매했고, 썰물이 휩쓸고 간 지금은 발등에 닿을 듯 찰방거리는 가격으로 매도를 했다.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같은 자리에서 3억을 벌었고 나는 3억을 날렸다.


고백하자면 이 책의 첫 문장도 무려 2번의 오타를 지우고, 세 번째에 겨우 쓴 것이다.

‘부동산으로 3억울, 부동산으로 3억울...’


무의식 속에 있는 ‘나’는 여전히 억울하다며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면에 있는 ‘작은 아이’를 꺼내서 안아줄 수 있다면 꼭 안아주며 이 한 몸을 바쳐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일러두고 싶지만, 우리는 만날 수는 없기에 그 방법은 쓸모가 없다.


잠 못 드는 밤이 열흘이 넘도록 이어졌다. 요술공주 밍키가 뿅, 하고 나타나 3년 전 그날로 나를 데려다주거나 행방을 알 수 없는 돈을 찾아주며 눈물을 닦아주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날 리가 없다. 너무나 많은 수업료를 냈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이렇다니...’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2022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그날의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눈발이 날리다가 비가 내리는 뒤죽박죽인 날씨였지만, 모두에게 회색인 하늘이 공평하게 느껴져 그나마 위로가 되는 날이었다.

‘이제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을 생각이니?’ 출근하는 길에 마음이 물었다.

‘아니. 할 거야.’ 스스로에게 건넨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 마음이 바라는 답을 찾았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나는 용기를 잃지 않았기에 내 인생은 실패하지 않았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시장의 흐름에 졌지만 나는 다시 기회를 찾을 것이고 철저히 준비해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하게 인생 최대의 어려움과 실패 앞에 섰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밝게 빛나는 아이’라는 뜻으로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처럼 나답게, 이번에도 잘 극복할 것을 내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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