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이라는 사회적 이슈의 한가운데 서 있으면 내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알 사람들은 이미 아는 일이 되었고 알아도 묻기 뭣한, 어떻게든 해결될 그 마지막 날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는 더 빨리 흘렀다. 하필 구정 연휴까지 끼고 있어 한 달은 더 짧았다. 다행히 선택 안은 몇 가지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① 경매로 넘긴다.
② 전세 보증금 4억 2천만 원을 준비한다.
③ 현 세입자에게 시세 차액을 주고 집을 넘긴다.(7천만 원)
④ 대출 한도만큼(2억 7천만 원) 받고, 시세-담보 비율인 5천만 원의 보증금으로 월세를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인 1억은 현금으로 마련한다.
⑤ 대출을 받고 1억 5천만 원에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사람을 구해본다.
⑥ 결국에는 오를 거니까 믿고 집을 사줄 새 주인을 기다린다.
딱 5일을 고민했다. 무척 치열한 5일이었다. 살아가는 것의 의미까지 다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인생 첫 실패였다.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는 삶의 키를 잡을 것인지, 어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책임감 있는 행동이란 무엇인지 정말 진실되게 고민을 거듭했다.
① 경매로 넘긴다.
(조언을 구한 몇몇 부동산에서도 이 방법을 권했다. 그러나 봄이 오면 첫 아이가 태어난다는 세입자의 가정에 못된 마녀 같은 짓은 해서는 안 된다.)
② 전세 보증금 4억 2천만 원을 준비한다.
③ 현 세입자에게 시세 차액을 주고 집을 넘긴다.(7천만 원)
④ 대출 한도만큼(2억 7천만 원) 받고, 시세-담보 비율인 5천만 원의 보증금으로 월세를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인 1억은 현금으로 마련한다.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내 월세 보증금이 날아갈 위험’을 안고 모험적인 계약을 하는 사람은 잘 없다.)
⑤ 대출을 받고 1억 5천만 원에 에어비앤비(Airbnb)를 운영할 사람을 구해본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숙소로 운영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⑥ 결국에는 오를 거니까 믿고 집을 사줄 새 주인을 기다린다.
(시장은 늘 그렇다. ‘오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내릴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다.)
일의 해결 방향이 갈피를 잡자 이제는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세입자에게 집을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세입자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인근 부동산과 지역 부동산 카페에는 아파트 매매 광고를 내놓았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그날부터 정부에서는 주택 담보 대출의 규제를 풀기 시작했고, 경제 뉴스의 헤드라인도 숨을 고를 수 있게 했다. ‘집 값 하락 멈추나?’, ‘미분양 확산세 멈추나?’, ‘매물 소멸’과 같은 머리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위기 덕분일까, 집의 위치 때문일까 매수하고 싶다는 사람이 그날 오후에만 서너 명이 나타났다.
이제 결과를 기다려보자. 대신 이것은 꼭 기억하자. 어떤 식으로 일이 해결되더라도 털끝만큼의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듯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을,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내 삶을 믿어보자.
결국 이 집은 세입자가 매매하기로 했다. *
가까운 길만 찾아 헤매던 나는 이제야 길은 어디 방향으로든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애초에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뒤늦게 알게 된 세입자는 매입을 결정했어요.
3억이 개이름은 아니잖아요 매거진 (brunch.co.kr)
다정한 독자님!
저는 요즘 다시 글을 꺼내 읽으면 읽는 동안에는 마음이 조금 힘들어집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이런 일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이 글의 말미에 나온 '털끝만큼의 욕심'을 부리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 노트북을 덮으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늘 응원을 나눠주시고, 다정한 댓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게는 큰 힘이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