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사용 설명서
소아과에서 하는 여러가지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예방접종을 하는 일이지요.
우선 예방접종이 무엇인지 먼저 말씀드릴게요.
예방접종이란 병이 생기기 전에 몸에 면역을 훈련시키기위해서, 큰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병균을 조작하여 넣어주는 과정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아파서 일찍 죽었어요. 그래서 백일잔치나 돌 잔치를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그리고 애기가 태어나면 우리나라에서는 21일간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도록 했지요. 부정타지 말라고한거라지만, 사실 의학적으로 보면 면역력이 약한 아기와 산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수 있지요.
뱃속에서 태반을 통해서 엄마로부터 IgG라는 면역 글로블린을 받습니다. 이 면역물질은 엄마가 예전에 걸렸던 병들에 대한 기억인데 주로 만성기에 생성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걸렸고, 예전에 걸렸는데 지금 당장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예전에 걸렸고 그래서 꽤나 익숙해진 것들을 엄마가 아기한테 보내주는 것이에요. 이 면역 물질은 아기의 체내에 머물다가 생후 6개월에는 거의 몸에서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엄마가 걸렸던 병은 아이들이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증상이 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면역 글로블린은 항체일 뿐이라서 공격 명령을 내릴 뿐, 직접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 세균성 감염에는 매우 취약합니다. 그래서 일생중 뇌수막염과 같은 중증 세균성 감염에 가장 취약한 연령은 만 5세미만, 그중에서도 6개월미만, 그중에서도 1개월 미만이라고할 수 있습니다.
아기의 면역 물질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지지만 분격적으로 상승되는 것은 출생 이후부터이고, 이것이 효과를 볼 정도의 농도를 갖게 되는데는 1세 이상이 됩니다. 그리고 농도가 문제가 아니라, 기억해야할 병들을 경험하지 않은 이 신상 면역들은 많은 질병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야하므로 전투를 많이 치르게 됩니다. 만으로 3-4세까지는 이 시기를 겪게 되고, 이때 주로 소아과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BCG를 맞습니다. BCG는 몇개 안되는 생백신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폐결핵의 유병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출생 직후에 맞도록 되어있습니다. 생백신으로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곪기도 하고 상처를 만들어 접종부위에 유일하게 흉터를 만듭니다. 접종 직후에는 그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흉터의 모양이 어떨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백신이 결핵을 예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결핵을 예방한다기 보다는 온몸에 결핵이 퍼지는 심각한 결핵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방접종을 거의 모든 국민이 하지만 여전히 가족중에 누가 걸렸을때 옮기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4주이내 맞는것이 좋고 혹시라도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 4주 이내에 맞지 않았다면 결핵균에 이미 노출 되었을지 모르니, 투베르쿨린 검사를 통해 결핵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한 뒤 맞는 것이 좋습니다. 이 접종은 열이 나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맞는 접종은 B형간염입니다. 이 역시 우리나라의 B형간염 유병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간염은 부모로자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출생 직후에 예방하지 않으면 성인기에 간염과 간암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때 접종을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안맞는다고 당장 아기한테 문제가 되는건 아니지만, 40년뒤엔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병입니다.
자, 이제 생후 두달이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이제 더이상 새내기는 아니지요. 어떤 아기들은 벌써 통잠을 자기 시작하고 고개도 잘 가누는 친구도 있고, 웃으며 엄마 아빠의 노고에 보답하는 아기들도 있으니까요.
생후 2개월과 4개월, 6개월에는 대략 비슷한 접종을 맞습니다.
첫번째는 DTaP,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입니다. 디프테리아는 걸리면 굉장히 위험한 세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수 없지만 제가 경험한 바 베트남만 해도 일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균으로 인해 목숨을 잃습니다. 파상풍은 전염이 되는 병은 아니지만 지저분한 물질에 많이 묻어있고 독소를 생성하여 위험에 처하게 합니다. 백일해는 기침을 엄청 많이하는 감염으로 다른 연령대에서보다 백일해나 레지오넬라같은 균들의 감염은 신생아에서 치명적일수 있으므로 이 접종은 매우 중요합니다.
폴리오 - 소아마비 백신은 우리나라에서는 사백신 주사로 맞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신경계마비를 일으켜 치명적이거나, 평생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 연령대에서 반드시 맞아야하는 주사입니다.
그리고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는 세균입니다. 바이러스 아니고요. 그리고 폐구균역시 세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못된 세균들 중 넘버 원투, 입니다. 뇌수막염, 폐구균 접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한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균들이 중이염과 폐렴을 일으키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뇌수막염과 같은 중증 세균성 전신성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폐구균 맞았으니까 폐렴 안걸리고, 뇌수막염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B, Hib)맞았으니까 뇌수막염 안걸리고 이런거 아닙니다. : )
자, 그리고 로타바이러스 백신입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도 생백신입니다. 생백신은 살아있는 백신을 약독화 시켰다는 뜻입니다. 생백신의 가장 좋은 점은 면역원성이 좋아서 면역이 잘생긴다는 것이지만, 또 반대로 그 병에 걸리기도 한다는 점이 있어요. 가끔 로타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아기가 일주정도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백신이라 살짝걸린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래도 와일드타입 (그냥 병걸리는거)보다는 약하다고 하니 너무 염려 마세요.ㅠㅠ
자, 한살전 접종이 거의 마무리 되었습니다.
올해는 9월 20일부터 2회차 접종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독감 접종이 시작됩니다. 8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초회 접종때 2번을 접종 해야 면역이 생깁니다. 그래서 6개월 이상이 되어서 처음 접종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4주 간격을 두고 2번 접종을 해야한답니다. 만약 까먹고 2번째 접종을 안했다? 그럼 내년에 두번 해야합니다. 그러니 꼭 챙기세요.
위에 말씀드린 많은 병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접종 안해도 되겠거니 생각하실수 있죠. 가끔 간에 안좋아서 접종을 안하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접종은 간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 접종 안해도 당장 큰일 나진 않습니다. 그건 확실해요. 하지만, 지금 우리 아기가 접종을 안해도 되는건 나머지 90%이상의 아이들이, 이웃들이 접종을 했기 때문에 안전해서 그런거에요. 만약, 너도 나도 모두 접종을 안하면 다같이 걸리는거에요. 우리는 면역의 일부를 마을에 빚지고 있습니다. 평생 한번 말도 해보지 않은 이웃들이 나의 면역을 대신 담당해주는 거지요. 그러니, 그 마을의 담을 같이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차차!!
예방접종은 오전에 하는 것이 오후에 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열이 날 수 있으니 오전에 접종하고 시간을 두는 것이 아이에게 더 안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정이 안된다면, 안 맞는 것보다 나으니 오후라도 맞는 것우로!!
예방접종 전에 목욕을 시키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의 전신 상태를 확인할 겸, 그리고 접종하고 나면 못씻는다는점.
예방접종 오시는 날에는 아기의 컨디션을 잘 아시는 분이 오시는게 좋습니다. 어려운 시간 내서 오셨는데, 아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접종을 못하게 될수 도 있고요. 아기가 말을 아직 못하니, 상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맞고 나면 이후에 열이 날수도 있고요.
하지만, 접종을 한 이후엔 항상 열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물론 접종때문에 발생하는 열은 고열이 아니고, 면역 반응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익일에도 열이 지속된다면 다시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방접종을 하지 말아야하는 절대적인 금기사항들이 몇가지 있습니다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접종 전에 작성하시는 예진표를 꼼꼼히 확인하신다면 미리 알수 있습니다. 작성하실때 잘 읽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