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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Apr 17. 2024

우리, 왜 이렇게 되었을까?(1)

ADHD를 만드는 자본주의



자본주의에 영혼을 빼앗긴 어른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입니다.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이 측정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떠서 잠들 때까지 쉴 새 없이 비교하고, 비교를 당합니다. 학벌, 집, 자동차, 회사, 연봉, 시계, 옷, 스마트폰 삶에 거의 모든 것에는 서열이 있고, 서로를 매일 같이 측정합니다. 집값 폭등으로 집을 사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던 가장들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되어 우리의 고정비를 높입니다. 우유, 신문로 대표되던 구독형 서비스는 전 영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넷플릿스, 쿠팡, 휴대폰, 클라우드 서비스, 속옷, 반찬까지 월수입이 적으면 누릴 것이 없고, 월수입이 많으면 세상은 너무나 편리합니다.


유튜브, 인스타는 ‘글로벌 항시 비교’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제 먼 나라 이웃들과도 자신을 실시간으로 비교합니다. 강제비교 당하니 가난하다고 느끼면 필사적으로 노력하거나, 무기력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돈이 최고이니, 돈의 노예를 자처합니다. 잠을 줄이고, 맞벌이를 해서 어떻게든 집을 사고, 더 부자가 되어야 낙오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힘들어도 모르는 체하며, 돈을 버는 것이 공공을 위한 선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그중에 하나였습니다.



이제는 때릴 수 없는 아이


장난으로 딸 엉덩이를 때렸는데, 아팠는지 이런 말을 합니다. "어린이 때리면 아동학대인 것도 몰라? 경찰에 잡혀갈 수 도 있어!" , "너도 아빠 때렸으니 어른학대네! 아빠도 신고해야겠다." 키득거리며 서로 웃었지만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는 것을 잘 아는 아이가 놀라웠습니다. 아마 학교에서 배운 것 같습니다.


사십 대인 저만해도 대학입학 전까지 엄청 맞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은 친구 뺨을 너무 심하게 때려서 병원을 가게 했습니다. 말 그대로 폭력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했습니다. 선생님이 때리니, 집에서 아빠가 때리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의 초등학교는 20~30명이 한 반에 모여 있습니다. 통제가 어려운 아이를 때리면 바로 신고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아이들 손에는  전능하신 스마트폰이 있어, 체벌하면 촬영당할 것입니다. 매 없이 아이를 통제할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철수의 이전 담임 선생님 말에 따르며 아이가 시끄럽다고 혼자 교실 밖에 두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학대라고 못하게 한답니다.


선생님들은 시끄럽고 별난 남자아이를 얌전하게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반면 평균적으로 여아들이 말을 잘 듣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자아이들의 문제점이 커 보입니다. (ADHD진단이 남자아이가 더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평균의 저주


아내와 그렇게 자주 싸우면서도 부부싸움을 문제로 여기지 못했던 이유는, 그 와중에도 딸아이는 말을 잘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조차도 동일한 환경에서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비교하여 잘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경험을 통해 선생님들은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고, 따르며, 장난기가 덜한 여아들을 평균이라고, 기준이라고 여기기 쉽다고 추정합니다.


만약 저희 아이 둘 다 단체생활을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면 아마 우리 부부는 더 빨리 부부싸움을 반성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아이들을 생명처럼 사랑하는 부모도 남아와 여아를 차별하기 쉬운데, 학교 선생님이 차별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넘치는 수요


자본주의에 순응한 부부들은 맞벌이가 당연해 보입니다. 저마다 집을 사야 하거나, 승진을 해야 하거나,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급한 사정이 있습니다. 급한 사정은 생각의 범위를 제한합니다.


아이의 학교적응(혹은 치료)을 위해 둘 중 한 명이 휴직을 하거나, 혹은 시골학교로 가기 위해 이사를 가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학교는 일단 다녀야 하니, 효과가 빠른 정신과 약물을 먹여서라도 학교를 가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강남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불법처방을 해서라도 먹인다고 하니, 못 먹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울증이 천만명 시대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천만의 어른 우울증은 천만의 불화를 만들면서, 동시에 천만의 ADHD자녀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의심됩니다.



유튜브와 게임


천만명의 우울증 어른들은 어떤 상태일까요? 마음의 여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이가 알아서 자기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못마땅한 말투와 지적이 많습니다. 고칠 수 없는 지적을 많이 받은 아이는 무기력합니다. 자신을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은 학교에도 없고, 집에도 없습니다.  인터넷의 세상으로, 게임으로 더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는 재밌습니다. 끝이 없습니다. 유튜브는 세계에서 제일 교육을 잘 받은 수재들이 모여서 중독되라고 작정을 하고 만든 어플입니다. 중독되지 않는다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것과 같습니다. 게임은 보상이 즉각적입니다. 가상의 세상은 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의 세상을 누리는 자유를 허락해 줍니다. 부모의 잔소리나 다투는 소리에 지친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다 되는 게임 세상이 낙원입니다. 나오고 싶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시각자극, 영상에 더 예민합니다. 맞벌이하니라 바쁜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여주고 쉬는 것이 문화가 되었습니다. 아이 한 명 풀타임으로 키워도 힘든데, 게임도 유튜브도 시키지 말라고 하면 주양육자는 언제 쉴 수가 있겠습니까? 저 역시 전문가들이 게임, 영상 시청 허용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면 그리 속이 상했었습니다.


그렇게 부모들이 유튜브와 게임이 아이들을 키우게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각 정보는 아이의 뇌 속에 남아서 수업시간에 딴생각을 하게 하는 강력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ADHD의 산업화


<ADHD치료 세계 시장규모>

구글 검색하면 ADHD 세계시장규모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2년 기준 시장 사이즈가 약 30B(약 40조 원)이고 27년까지 46B(약 60조 원)이라고 합니다. 우울증 약 10B(13조 원)라고 하니 우울증의 세배가 넘는 큰 시장입니다. SK하이닉스 시총이 65조 원, LG화학 시총이 57조 수준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매출이 ADHD 단일 질환 명에 달려있습니다.


 <ADHD치료 국내 시장규모>

공식적인 자료가 없어 추정해 봅니다.

국내 초등학생 수는 266만 명, 중학생 수는 134만 명이라고 합니다. 약 400만 명 중 ADHD의심 아동, ADHD 확진 아동 수를 10%만 잡아도 40만 명입니다. 제 경우, 현재까지 상담 센터, 정신과 검사 등에서 ADHD 관련 비용은 1년 동안 약 100만 원 정도 썼습니다. 올 3월부터 심리 상담 센터를 다니고 있는데 연말까지 280만 원 정도(10개월 X 28만 원) 지출 예정입니다.


ADHD 진단되면 연간 100만 원에서 400만 원은 보통 지출한다고 가정하고, 평균인 250만 원 지출한다고 보면 국내 ADHD 시장은 1조 원이 걸린 시장입니다.(250만 원/인 x 40만 명 = 8천억 원 ) 더군다나, 미국 등 세계적인 추세로 봤을 때, 연 8~9%씩 고성장하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죠.


시장에 갈수록 커 가니 돈 욕심 내는 사람들은 날로 많아집니다. 네이버에 ADHD라고 치면 이 시장에 욕심내는 한의원, 뇌연구소 등 신규업체들의 적극적인 블로그 포스팅, 광고 등이 쉽게  보입니다. 쩐의 전쟁이 되어버렸습니다.



결론,


처음에는 제약사가, 정신과의사가 많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어린아이들한테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화가 나서 "ADHD비약물 치료" 카페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서 카페가 커지면 카페이름으로 정신과 약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경고 공문이라도 날리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adhd증상 뒤에 어른들의 우울증이 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수요가 공급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06화 ADHD는 '장애'도 '병'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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