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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Apr 17. 2024

우리, 왜 이렇게 되었을까?(3)

 ADHD를 부르는 가정환경

ADHD를 부르는 가정환경


 1) 우울을 부르는 무시, 비교, 차별


철수의 여동생, 영희(가명)는 유치원 상담을 하면 거의 사랑과 칭찬을 독식하는 사람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으로부터 항상 좋은 말은 말만 들었습니다.


"아이를 우리 유치원에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댁의 따님의 우리 원에 에이스입니다." "

"손댈 데가 없습니다."

"미래가 기대됩니다"


이런 피드백을 주로 들었고, 단 한 번도 선생님들의 걱정이나 우려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하교할 때면 친구들이 우리 딸아이한테 먼저 인사를 하고, 다른 부모님들도 우리 아이를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철수 역시 여동생은 '인싸'라서(인기 있어서) 부럽다는 말을 하곤 했었습니다.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고용했던 이모님도 눈치 빠르고 애교 많은 둘째를 더 좋아하는 것이 느껴졌었습니다. 회사 일로 너무 바빠 육아참여 거의 없던 때였지만 스치듯 보기만 해도 확실히 느껴질 정도의 편애였습니다.


아내가 휴직 중일 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내는 철수 흉부터 봤었습니다. 저도 휴직 초창기에 퇴근하는 아내를 붙잡고 아들 흉을 봤었습니다. "좋아하는 만화 보는 시간 놓쳤다고 한 시간 울었다.", "받아쓰기 4개 틀렸다고 대성통곡했다" 등등 험담을 작은 목소리 자주 했었습니다. 숨어서 직장상사 욕하듯이 그렇게 했습니다.


반면 둘째를 얘기하면서는 웃으며 칭찬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속으로 먹을 거 챙겨줬다.", "앉아있는데 어깨 안마를 해줬다""시키지도 않았는데 치우더라" 등 부모로서는 부끄럽습니다만 그게 또 사실이라 뺄 수가 없습니다. 들리지 않았어도 첫째 아들은 이런 분위기를 느꼈고 슬펐을 겁니다.


후일 '아들의 뇌'라는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아들은 날 때부터 딸보다 열등한 뇌구조를 갖고 태어납니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것이 있는 데 여자의 뇌량은 짧고 굵은 반면, 남자는 좁고 길어서 좌우뇌의 정보교환의 양이나 속도가 여자가 더 뛰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남자아이가 딸보다 뇌가 열등한 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아이를 탓합니다. 아이가 비교당하는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ADHD아동 뒤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무의식적 지적과 차별은 아이에게 좌절감을 수년간 주고 있었을 것입니다.


2) 지적이 많은 엄마, 화가 많은 아빠


평소 소심하여 눈치를 많이 보는 아내는 눈치를 너무 안보는 아이가 당혹스럽습니다. 엘리베이터, 식당에서 마구 뛰며, 통제되지 않는 아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한 눈치였습니다. 눈치를 많이 보는 엄마는 아이를 지적하기 쉬웠습니다. 눈치를 주고 지적을 해서 고쳐주는 게 맞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그런 거 잘 안되고 관심도 없고, 신경도 잘 안 씁니다. 엄마가 계속 혈압이 오르고 인상을 쓰니, 인상을 쓰는 엄마가 아이도 밉습니다.  


"신난 게 잘못인가?" "뛰는 게 잘못인가?" 이유는 모르겠는데 "뛰지 마"라고 하니 억울함이 쌓입니다.


저는 화가 나면 소리를 심하게 지르곤 했었습니다. 아이가 장난이 심하면, 잘못을 반복하면 목이 쉴 정도 큰소리를 쳐서 아이를 얼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혼날만해서 혼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피멍이 들도록 맞고 자랐는데, 내가 아버지에게 당한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소리 지르는 것은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3) 잦은 전쟁(부부싸움)


부부싸움으로 기분이 나쁜 부모는 만만한 아이들에게 지적과 짜증을 더 많이 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억울함과 분노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친절하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부모들이 싸우면 아이들은 전쟁과도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진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외상 후스트레스장애'로 고생한다고 합니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의]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

[증상]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출처 서울대병원 website)


전쟁의 트라우마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이 혹시 낯이 있지는 않습니까?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남용, 기억력 저하, 집중력 문제 등 숨 막히도록 ADHD증상과 똑같습니다. 멋대로 병이라고 부르는  ADHD는 부부싸움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전쟁 같은 싸움을 자주 했었습니다. 때때로는 이혼하자며 상대방을 압박했습니다. 상대방의 고치기 힘든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비난의 화살을 셀 수 없이 서로에게 꽂았습니다. 칼은 들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피를 내려는 의도가 깔린 처참한 말로 서로의 인격을 살인하는 그런 싸움을 했었습니다.


부모들이 소리 지르고 싸우는 데 불안하지 않을 아이가 세상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전쟁에 참전하는 부부의 상처도 역시 크다 보니 아이들의 상처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아이의 상처는 성가시기까지 합니다.


부부싸움이 ADHD증상의 원인일 수 있구나!

 

여러 환경 원인 중 부부싸움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부부는 아이들에게 지적과 짜증이 더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부부싸움이 아이들의 충동조절, 집중력 기억력 저하, 공격 성향 등의 증상의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전혀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그렇게 "부부싸움이 ADHD의 원인이다."라고 잠정적으로 나름의 결론을 내려놓고 관련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과 기사 몇 편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973996/

 https://www.verywellfamily.com/how-parents-fighting-affects-children-s-mental-health-4158375


정신과에서 하도 뇌가 문제래서, 뇌가 문제라고 세뇌될 뻔했습니다. 관련된 논문도 많다길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부부싸움등 심각한 스트레스성 이벤트가 이유라는 논문도 많습니다. 뇌가 문제 있다는 주장은 약물을 팔기 위한 논리에 불과합니다.


뇌가 문제의 원인이어야 부모들은 책임을 면하고, 아이 탓을 할 수 있습니다. 뇌에 문제가 있어야 제약사가 약을 더 많이 팔 수 있습니다. 돈을 내는 고객인 부모에게 "부모님들이 싸워서 아이가 불안하겠네요!"라고 말해 줄 제약사나 정신과의사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원인을 알았으니 원인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조건 부부싸움을 멈춰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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