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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Apr 17. 2024

선생님과 관계 만들기

철수가 1학년 때 선생님은 육아 경험이 있는 여자분이셨습니다.


아이가 산만하고 말을 안 들으니, 짜증을 내고 미안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가 산만하다.", " 대열에서 이탈했다."부정적인 피드백만 전화로 알려주셨고, 당시 육아 중이던 아내는 미안해만 했습니다. 특별히 상담을 제안하시거나 한 적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여자분이고 아이를 키워보셔서 남자아이를 이해하는 깊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아직 1학년이기 때문에 철수를 가르치기가 힘들지만 참아보려고 하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철수가 2학년 때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습니다.


수업시간에 감정폭발하고, 소리 지르는 등의 행위로 선생님은 많이 곤란해하셨고, 선생님은 육아경험도 없고 산만한 아이를 다뤄 본 경험도 없어 보였습니다. 통화를 하면 이미 아이에게 잘못이 있다는 관점이 있는 듯했습니다. 저에게 여러 번 상담을 제안했고, "상담센터를 이미 가봤는데 딱히 솔루션이 없더라. 가정에서 잘 지도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이때 아이가 폭력을 당하거나 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1학년 때부터 철수 목을 졸라 넘어뜨리기도 했고, 교실에서 때리기도 했습니다. 1학년 때 철수가 폭력을 당했을 때, 담임 선생님은 바로 폭력을 쓴 아이부모에게 전화해서 경고 조치하고 사과편지를 쓰게 했었습니다. 반면 2학년 담임선생님은 철수가 일방적 폭력을 당했음에도 철수도 잘못이 있다고 여겼고, 그 아이의 부모에게 경고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단호하게 조치하지 못하는 소극적 성격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부모전화번호를 받아서 직접 전화해서 경고했고, 유사한 상황은 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을 전부 철수하고 상의하면서 했습니다. "아빠가 전화해서 선생님께 걔가 너 안 괴롭히도록 조치해 달라고 부탁해 볼까?"라고 물어보면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도 폭력행사로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리면,  최악에는 전학을 가야 할 수 도 있으니, 친구들을 절대 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때 담임 선생님을 생각해 보면, 경험부족과 소극적 성격이 문제를 키우는 부분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철수가 3학년 때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습니다.


학기 시작부터 양해를 구했습니다. 선생님도 수업진행에 자주 방해를 받으니 곤란해하셨으나, 첫 학부모 면담 때 느낀 점은 의지가 있으셨습니다. ADHD가 뭔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공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대면 상담 때 책 "이 아이들 정말 ADHD일까?" 드리려고 했는데 규정 상 거부하셨습니다. 하지만 간절함은 전달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꽤나 공부가 되어있던 상태였기에 'ADHD 무엇인지', '약물은 왜 안되는지', '철수가 특히나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회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보낸 '사회성 부족한 아이를 다루는 방법'에 관한 교육영상과 글들도 빠짐없이 보셨고 교실에서 적용하도록 노력하셨습니다.


철수의 지금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철수의 어려움을 이해하시고 도와주셨습니다. 3학년 1학기 동안 전화 통화는 열 통 이상, 대면 상담은 1회 진행했었습니다.


3학년 선생님하고 관계가 좋아진 이유


선생님이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데 3학년 담임선생님은 처음부터 의지가 있었습니다.

4월 초 면담을 했을 때,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 거 같지는 않은 데, 수업 시간에 소리를 자주 질러 ADHD 관련 교육을 신청했다."라고 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도와주시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이 되어,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드려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으시길래 싫으신 거 같아 일단 얼버무렸습니다.


선생님은 주말이나 업무시간을 지키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을 보였었고, 그 부분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아이를 돕겠다"라는 의지가 있는 선생님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학년 때에 비해 제가 달라진 부분들이 있는 데 그 부분을 학부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2학년 때에 비해 관련 공부와 진단으로 철수의 어려움(사회성)에 대한 이해가 높았습니다.


2학년 겨울 방학 때 학원에서 산만하다는 이유로 쫓겨나면서, 곧 3학년이 되는 데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컸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관련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심리학 책, 육아서, 뇌과학 책들 등등 여러 책을 보면서 ADHD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선생님께는 학기 시작하자마자 "종합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사회성이 또래 평균 보다 2년 이상 늦다."라고 말씀드렸고, 감정 폭발이 있는 부분도 미리 말씀드렸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마음에 준비를 미리 했기에 아이가 감정 폭발을 하거나 해도 덜 당황하실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둘째,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들이 수업 시간에 큰소리치고, 교실 바닥에 드러 누어버려 난처했을 때, 119에 장난전화했을 때, 감정 폭발해서 주위를 모두 놀라게 했을 때 등등 곤욕을 치를 때 전화를 먼저 주셨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의 마음 헤아려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원이었으면 쫓겨나는 건데, 학교는 쫓아내지도 못하고 선생님들이 참 힘드시겠다"라고 인정하고 감사하는 말투를 많이 썼습니다.


원래 저는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어투도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주부로 살면서 감정이 힘들어 유튜브로 김창옥 선생님 강의를 거의 매일 듣고 살았습니다. 김창옥강사님 같은 부드러운 화법을 쓰는 사람을 오랫동안 들으니 제 말투도 조금 부드러워진 부분이 있는 거 같습니다.



셋째, 아이디어와 공부한 것을 계속 공유했습니다.


한 번은 아이가 수업 시간에 소리 지르거나 방해하여 할 수 없이 "나가있어"라고 하면 아동학대처럼 되기 때문에 선생으로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럴 때 화장실로 보내는 것 어떻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수업 방해하면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오라고 하시고, 아이는 화장실에 가면 제가 가르쳐 준 심호흡(기분을 진정시키는 사다리)을 스스로 하여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좀 착한 아이를 철수 짝으로 하여 감정이 힘들 때 심호흡을 유도하도록 했고, 그것도 안될 때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오라고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 차례 그렇게 했었습니다.


제가 만든 '기분을 진정시키는 사다리' 자료, 감정 폭발 시 대응법 영상 등 관련 정보를 간간이 참고해 달라고 보내드렸었고, 선생님은 보내드린 자료를 주의 깊게 보셨습니다.


힘든 일을 같이 하는 동료 같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마음 문이 열리자 선생님은 자신의 핸드폰 연락처를 주셨고, 그때부터는 핸드폰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드려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확인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선생님과 저는 힘든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팀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태도가 있었고, 선생님도 도울의지가 있으셨던 것이 중요했습니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일(공부, 연구, 관찰)을 꾸준히 하면서 '의지 없는' 선생님과 '의지 있는' 선생님을 빨리 구분할 필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선생님이 의지가 없다고 좋아질 아이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도와주시면 좋아질 아이는 더 빨리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은 선생님과 감정대립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학교에서 작은 일이라도 아이가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선생님을 같은 배에 태우는 것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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