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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Apr 29. 2024

실수해도 나는 소중하다



철수방 책상과 거실의 공부책상에는 "실수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철수가 숙제를 틀리거나 하면 너무 급좌절하고, 울고 불고, 자기 비하까지 하는 통에 계속 반복해서

보게 함으로써 아이가 "실수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숙제를 지도하다가 틀려서 울면 이렇게 했습니다. 


 나    "틀려서 많이 속상하구나. 

          같이 읽어 보자. 아빠 따라 해" 

 나    "실수해도 나는 '할 수 있'다"

 철수 "실수해도 나는 '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메시지가 아이 마음속에 안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틀리는 걸 못 견디는 데, 결국은 할 수 있으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넣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표어를 "실수해도 나는 소중하다"라고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소중하다'로 바꾼다고 말만 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외출했다 돌아왔는데, "실수해도 나는 '소중하'다!"로 표어가 어설프게 고쳐져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이거 뭐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같이 고쳤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실수해도 나는 소중하다."로 바뀌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강조한 적도 없고, 지시한 적도 없었습니다. 흘린 말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엄마한테 혼나는 일이 있었는데 표어를 보고 '소중하다'로 바꾸고 싶었답니다. 실수해서 혼났지만, 속상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래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자신에게 주고 싶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지키려는 모습이 짠하고, 귀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자본주의는 제 때 집 안 사고, 제 때 취업을 안 하고, 제 때 장가를 안 가면 맹비난을 합니다. "넌 왜 뒤처지냐?"며 옆에 쟤는 벌써 "집 샀다", "승진했다.", "명품 쓴다"라며 물어보지 않은 것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서두르라"라고, "너도 소중히 여김을 받으려면 더 가지라!"라고, "더 가지기 위해 더 노력하라!"라고 끊임없이 우리를 세뇌합니다. 


그렇게 가짐의 끝은 없지만, 우리 삶의 끝은 있습니다. 


끝이 있는 삶이기에 집 못 사도, 승진 못해도, 명품이 없어도 우리는 소중합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시면 좋겠습니다. 실수 했을 때, 현실이 힘들고 답답할 때, 자신에게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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