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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Apr 05. 2024

이유 없는 짜증은 없다.

작년 6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지인 가족들과 갔었습니다.


총 아이 7명과 어른 6명이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집회에 간 것입니다. 집회 마치고 간식을 먹으로 커피숍으로 이동하는 길이었습니다. 짐을 접이식 쇼핑 카트에 넣어서 끌고 다녔는데 둘째가 카트 위에 올라타서 이동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둘째 영희는(가명) 솔직하고, 원하는 걸 그때그때 망설이지 않고 말하는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서 걸어가는데 혼자만 카트 타고 가는 걸 매우 즐거워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상황만 되면 카트 위에 앉아서 가려고 했고, 길이 위험해 보이지 않을 때는 허용해 주었습니다.




둘째가 자꾸 타니, 다른 지인의 5살 꼬마 아이도 타려고 합니다.



그래서 꼬마 아이도 태워주고 하다 보니, 어느덧 7세 이하 아이들은 카트를 타고 7세 이상 아이들은 구경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가면서도, 카트 위에 둘째를 태워가면서도 계속 못마땅한 얼굴의 첫째 철수가 보였습니다.(육아빠 되고 생긴 초능력입니다.^^)



"철수도 타고 싶은데 말을 못 하고 있구나"라고 바로 느꼈습니다.


철수를 내버려 두면, 동생들을 괴롭힐 게 뻔하니, 동생을 그만 타게 하고 철수만 카트에 태웠습니다.


몇 분 태워주니 아이 얼굴이 금세 환해지고 동생들도 안 괴롭힙니다.


철수에게 "왜 표정이 안 좋냐?"라고 물어봤었다면 아마 성격상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했을 겁니다.


어린 동생들이 타는 것이지만, 나도 타보고 싶다고 말하기가 자존심이 상하니까요.




이유 없는 짜증은 없다.



혹시 아이가 너무 자주, 짜증과 화를 낸다고 생각이 드시는지요? 위의 상황에서 작년의 저라면 철수를 나무랐을 겁니다.


만약 철수가 영희를 밀치고 타려고 했다면 소용없는 옳은 말로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네가 오빠면 동생한테 양보를 해야지! 사람 많고 위험한데 다치면 어쩌려고 덩치 큰 너까지 타려고 그래!"


만약 철수가 타지 못한 불만으로 인상을 쓰고 동생들을 괴롭히고 있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모처럼 나들이 나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아빠는 노력했는데, 네 감정드려내서 가족들 불편하게 해야겠니?


이런 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지적했을 겁니다.


그래봤자 열 살 아이, 카트 위에 타보고 싶을 수 있는 거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게 안 보이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조급한 상황"에 있거나 '해야 한다'식 사고가 강하면 아이의 마음이 안 보입니다.


집회가 끝나고 간식을 먹으로 13명이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수만 명의 대규모 인파가 다 같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커피숍 자리가 없을까 봐 마음이 조급했다면 아이의 마음이 잘 안 보입니다. 늦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되면 온 신경이 시간에만 집중되니까요.


또 '여러 사람 있는 데서 아이들이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 거나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라는 식의 '해야 한다' 사고가 강한 분은 자신의 틀에 맞게 아이를 지도해야 하므로 아이의 마음은 잘 안 보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이에게 이유 없는 짜증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어이없는 이유일지언정 모든 짜증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얼굴이 찌푸려지면 이유부터 찾았습니다. "뭐가 불편해?" "속상한 일 있었어?" 물어보면 본인이 알면 대답해 줍니다.


그런데 아이도 모를 때는 부모가 눈치껏 알아내야 합니다.


눈치를 못 채면 이 아이는 걸어 다니는 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불편한 마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옆에 있는 만만한 사람에게 그 감정을 드려내고 불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물론 어른들도 아이랑 다르지 않습니다.)




이유 없는 짜증은 없습니다. 이 짜증을 수용받지 못하면, 커서도 그렇게 짜증 내는 어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거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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