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에 썼던 육아일기 입니다.
몇 달 전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아이가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철수: (씩씩거리며)"아빠, 돌봄교실은 아빠가 신청해서 하는 거야?"
나: "응, 아빠가 신청했어"
철수: "남들은 방학인데, 나는 돌봄교실 온 거 아빠가 신청했기 때문에 간거 맞아?"
나: "너는 방학기간이지만, 돌봄교실 신청했어. 네가 학교에 있는 동안 아빠가 공부해야 해서 그랬어"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철수: "공부해서 그렇다고 미리 말해주지!!" (배신감과 억울함에 엉엉 웁니다)
나: "아빠가 공부해야 해서 아빠 위주로만 생각했어. 미안해"
철수는 1,2학년 모든 방학을 돌봄교실에 보냈습니다.
돌봄교실은 방학 때 학교에서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해서 아이들을 맡아 주는 건데, 철수가 1학년 때는 맞벌이여서 할 수 없이 보냈고, 제가 육아휴직한 2학년 때는 저의 시험 준비로 인해 보내게 되었습니다.
돌봄교실을 하게 되면 돌봄교실 프로그램에서 실시하는 일주일간의 방학만이 아이가 쉴 수 있는 기간이 됩니다.
그래서 철수는 학교는 연중 내내 다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2학년 겨울방학이 시작 될 때쯤(작년 겨울), 왜 우리 학교는 방학이 이렇게 짧냐며 불만을 말하는 아이를 저는 바로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 어린아이는 자기의 방학이 사라진 줄도 모른 체 2학년 겨울 방학 내내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힘든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철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렇게 많이 미안하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가끔 아빠가 자신에게 돌봄교실 보내는 걸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고 서운하다고 말합니다.
그때마다 미안했다고 말은 하는 데 사실 크게 미안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동일한 기간에 돌봄교실같이 간 여동생은 즐겁게 다녔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제 잠재의식 속에는 아마도 이런 마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네 동생은 방학 때도 즐겁게 돌봄교실 잘 다니는 데, 넌 왜 이렇게 니 마음대로 돼야만 하냐?"
"동생처럼 나 좀 편하게 해주면 안 되냐?"
또 평소 첫째 아이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별로 미안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철수 입장에서는 다시 오지 못할 방학입니다.
학교 친구들은 여행 가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우러 다닐 때, 아이는 꾸역꾸역 학교를 가야 했습니다. 학교 다니는 것이 다른 아이들 보다 더 힘든 아인데 제가 많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제가 먼저 말했습니다.
나: "철수가 지난 겨울 방학 때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아빠가 미리 말해주지 않고 돌봄교실 보내서 미안해"
철수:"나도 좀 알아봤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렇지 뭐"
(아빠를 두둔하려는 모습이 짠합니다.)
나: "아니야, 숨기는 것도 거짓말이야. 아빠가 거짓말한 거지. 철수는 잘못 없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아빠가 철수 마음 풀릴 때까지 사과할게. 진짜 미안해"
철수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해할 수 있었는데.."(울기 시작합니다.)
나: "아빠가 정말 미안해"
내 마음이 진심이 되니, 이제야 아이가 진짜 풀린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제 아이가 그때 돌봄교실 보내놓고, 시침이 뚝 떼고 있었던 아빠를 용서한 거 같습니다. 아마 더 이상 돌봄교실을 억지로 보낸 사건을 또 언급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또 언급한다면 저는 또 진심으로 사과할 계획입니다.
철수가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철수에게 돌을 던져서 사과 편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나눠 준 편지지에는 사과 내용과 함께 하단에는 '사과하는 요령''이 같이 프린트되어 있었는데,
"사과는 상당방이 풀릴 때까지 계속한다"라고 쓰여있었던 게 자꾸 생각납니다.
대상이 배우자이든, 자녀이든 잘못을 했다면 사과는 상대방이 풀릴 때까지 하는 것인데 어른들은 '공로 의식'과 '피해의식‘때문에 순수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
'정말 잘못했다면 상당방이 풀릴 때 까지 사과하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