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안 하고 살 수 있나?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이들 동화책을 읽어주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로 이야기가 마쳐지는 경우가 많다. 동화책들의 세뇌(?)로 결혼하면 행복해지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현재 동갑내기 우리 부부는 서른 중반에 결혼하여 어느덧 11년 차가 되었고, 아이는 둘이 있다.
첫째 남자아이 철수는 초등학교 4학년에 무탈하게 다니고 있고, 딸 영희도 같은 학교 1학년에 잘 적응하여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편이다. 아내를 교회 친구로 만나 수년 간 장기연애를 했기에 제법 안다고 생각했었다. 결혼해 보니 내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그 친구는 어디론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아내를 너무 모르고 결혼했구나"라는 생각, "이 결혼은 잘못됐다."라는 생각을 하며 오랜 시간을 살았다.
아내는 결혼을 신혼여행 때부터 후회했었다. 당시에는 신혼여행까지 와서 갑자기 묵언 수행하는 아내가, 아무런 이유도 말해 주지 않는 아내가 참 많이 미웠다. 하지만 신혼 초의 위기를 극복하고, 1년 정도는 비교적 잘 지낸 것 같다. 그러다 첫째가 태어났다.
육아, 전쟁의 시작
첫째는 일단 밤에 잘 안 잤다. 자주 울고, 고집이 강했다. 갓난아기가 힘도 세서 차에서 내리기는 싫은데, 내릴 때 그 조금만 녀석이 온갖 힘을 다 써서 버티던 것이 생각난다. 처음이라 서툰데, 예민한 남자아기라 더 어려웠던 거 같다.
첫째를 낳고 2년을 휴직한 아내는, 복직을 하고 몇 개월 다녀 보더니, 둘째를 낳자 했다. 둘째도 금방 들어섰고, 아내는 그렇게 6개월 정도만 일하고 다시 육아휴직을 던졌다. 둘째는 잘 자고, 잘 먹고, 순해서 첫째에 비해 육아 난이도가 훨씬 낮았다. 그럼에도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원군으로 아이들 외할머니, 친할머니, 또 이모님을 모시면서 아내와의 갈등은 극단적으로 치우쳤다. 경제적인 의사결정, 아이들 교육, 집안 일 배분 등의 문제로 실시간으로 부딪치며 엄청 싸웠습니다. 고성과 비난이 집안에 가득 찼고, 아이들은 불안했다. 싸우지 않기 위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강의나 책 같은 것들, 읽고 들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내의 꿈은 황혼 별거
아내는 회피를 잘한다. 싸우다가도 포기하고 회피해 버리려는 성향이 자주 보였는데, 싸울 때 "애들 키워놓고, 따로 살자" 그런 말을 자주 했었다. 완전 포기의 단계랄까? 나 하고는 아무런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벽하고 얘기하는 느낌이라고 했었다. "이혼하자"고도 번번이 얘기했었다.
나는 아이들이 있는 이상 이혼을 '하고 싶을 수는 있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너무 가여워질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싸우는 엄마, 아빠 보고 불안하게 크느니, 이혼하는 게 아이들을 위한 거야"라고 당당히 말하고 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참 사이가 나빴다.
그러던 우리가 변했다.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학교적응을 잘 못해서, 선생님한테 자주 전화가 왔었다. 전학이나 홈스쿨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내가 재직 중인 회사는 남초회사다. 남자가 대부분이고, 회사 역사상 육아휴직 한 남자직원은 나 말고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한다. 그렇게 부담이 되지만 휴직을 던졌다.
막상 아빠가 엄마역할을 하다 보니, 엄마 마음이 필요했다. 엄마 마음으로 살다 보니 엄마의 마음으로 아내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회복되어 갔다. 아들 뿐만 아니라, 아내가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 아내와 나는 매일 같이 운동하고, 매일 같이 가정예배를 드린다. 그것도 모자라 브런치카페를 같이 가고 산책도 다닌다. 흔히 얘기하는 베프다.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의 과거사를 잘 알고, 미래를 같이 꿈꾸는 친구가 되었다.
한 3년 전 만해도 한 달에 20번 싸웠다면, 지금은 분기에 한 번 정도 소소한 언쟁을 하는 정도인 거 같다.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복사한다. 근래 "아이들이 참 밝다", "가족끼리 사이가 어찌 그리 좋냐?"라고 동네 주민이나, 지인이 신기해하며 말하는 걸 들었다. 참 기뻤다. 극단적인 비난, 목이 터져라 지르는 고함, 인격을 살해하는 듯한 무시들은 어느덧 집안에서 사라졌다.
부부싸움을 안 하고 살 수 있나?
몇년 전만 해도 다른 집들도 우리처럼 싸우고 산다고 생각했었다.
"정도의 차이지 어떻게 안 싸우고 살겠어?"
"안 싸운다고 주장하는 '션'이나 '최수종'은 쇼일 거야!"라고 정신승리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징글징글하게 싸우던 우리는 3년째 정말로 별로 싸우지 않고 잘 살고 있다. 항상 서로를 존중하고, 눈에는 꿀이 떨어지는 그런 완벽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훨씬 살만하다. 숨을 쉬고 사는 것 같다. 싸우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지 않을 꺼라는 자신감이 있다.
배우자와 싸우다 싸우다 지치고 힘드신 분들께, 우리 얘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부부사이가 좋아지면서 집이 숨이 쉬어지는 편안한 공간이 되고, 아이들은 밝아짐을 목격했다. 배우자로 인해 불행한 마음이신 분들께, 길을 찾은 것 같은 속 시원한 이야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P.S)
아내와 저는 서울에 있는 한 대형교회에 출석하는 평범한 크리스천 부부입니다. 향후 이야기에는 성경말씀의 인용이 많이 있을 예정이오니, 감안하여 구독을 결정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