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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Jul 27. 2024

아내가 화를 내는 방법

아내가 화를 내는 방법


그렇다. 아내는 화가 나면 침묵시위를 한다. 나는 평생 가족 누군가와 말 안 하고 하루 이상 지낸 적이 없다. 마음에 무언가를 쌓아 놓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불편해서라도 사과를 하고 풀고 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이런 행동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아내는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참다가 마음에 쌓고, 그러다 절연하는 일이 잦았다. 대표적인 것이 아빠와의 관계였다.


아내는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 분노가 가슴에 타고 있었다. 프러포즈 후 장인장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장인어른의 말씀을 듣고도 못 들은 척 여러 번 무시하는 모습에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장인어른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길래 저렇게 까지 싫어할까?"


두어 살 밖에 안된 어린 아들이 아내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리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아빠에게, 나에게 휘두르던 '침묵'과 '무시'라는 몽둥이를 어린 아들에게도 휘둘렀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울면서 안아달라고 계속 달라붙는데 "저리 가!"라며 고개를 돌리고 무시하는 모습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내는 아버지에게 하던 침묵과 외면을 슬프게도 자신의 아이에게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알던 아내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인데 왜 저럴까? 저런 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텐데."


처음으로 결혼을 후회한 게 아마 이런 모습 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런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부부 싸움 중에, 욱해서 말했다.


 "너 화나면 침묵하고 무시하는 거, 아들한테도 똑같이 하고 있어. 네가 고쳐야 해"


 다행히 아내는 바로 수긍하고 고치려고 노력했다.


"아들을 사랑하니까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려 하는구나... 다행이다."


하지만 아내가 침묵, 외면, 무시로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아내가 아버지에게 대하는 방식과 같다는 생각은 굳어갔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면, 아내는 큰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하곤 했다.


"아빠 얘기 꺼내지 말랬지?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해?"


살벌한 기운에 무서워서 말을 꺼내기는 더 어려워져만 갔다. 아내는 결혼과 함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분노’도 가지고 왔던 것이다. 우리가 부모에게 상속받는 것은 재산만이 아니다.


진짜 상속은 감정이다. 정서다. 부모로부터 평생 '사랑'을 받으며 성인이 된 사람은 '사랑'을 갖고 결혼을 한다. 사랑으로 아이에게 대한다. '원망'을 상속받은 사람은 아이들에게 '원망'으로 대한다.


원망이든, 사랑이든 우리는 감정을 상속받았고, 그 받은 것을, 그 받은 대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돌려준다. 생각이라는 필터 없이...


결혼 후 아내가 내게 가장 내상을 크게 입힌 사건은 신혼여행과 이직할 때 침묵했던 일이었고, 이 두 사건은 거의 7년 간의 부부싸움의 단골메뉴로 나왔다.


아내는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오래 침묵했고, 나는 그런 아내가 싫어 짜증을 내고, 질리게 따져대곤 했다. 나도, 아내도 분노를 어떻게 표출하는지, 상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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