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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Sep 06. 2024

우리가 싸웠던 이유-2

지난 회에 이어서 우리 부부가 싸운 이유들을 더 설명해 보려 한다.


넷째, 배우자 삶에 대한 무지


주식시장에서 정보가 빈약한 개미들은 기관 투자자에게 당한다고 한다. 이럴 때 정보가 비대칭한다고 한다.

부부사이는 어떨까? 아내가 나에 대해 아는 만큼 나는 알고 있을까? 주식시장의 비대칭이 재앙을 부르는 것처럼 부부사이에도 무지에서 비롯된 재앙이 많다.


결혼을 하고 살면서 절절히 느낀 것은 교제 기간이 길다고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아는 것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내와 수년을 만났지만, 아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영향을 받고 살아왔는지 몰랐다.


엄밀히 말하면 궁금하지도 않았다. 솔로일 때는 나는 외모나 종교 등 비교적 단순한 조건들을 가슴에 가지고 있었다.


한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만나는 일이다. 그 사람의 슬픔과 기쁨, 성공과 실패, 상처와 좌절 경험이 모두 패키지로 포장되어 함께 온다. 취사선택할 수 없다.


아내의 생애를 좀 알았어야 하는 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어서 교제기간이 길었어도 중요한 것은 별로 몰랐다.


무엇이 중요한가? 관계가 중요하다.


부모, 일, 꿈과 아내와의 관계, 아내 자신과 자기 자신과 관계가 중요하다. (자기 자신과 자신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을 보통 자존감이 높다고 한다.) 부모와 사이가 좋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그 일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기 쉽다.


반면 부모 와 사이가 안 좋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은 포기하고, 타의에 의해 억지로 일하며 사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 쉽다.


안타깝지만 아내는 후자였다. 아내는 아버지와의 관계는 최악이었고, 자신의 일을 싫어했고, 무엇보다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없었다. 자존감이 낮았다.  


나는 아내 정도면 당연히 자존감이 높을 줄 알았다.


"명문대를 못 갔으니 나는 실패야",

"나는 좋은 걸 받기에는 부족해",

"세상은 정해져 있고, 내가 누릴 것은 제한적이야.",


이런 메시지들이 아내 심연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유튜브, 블로그, 주식 등 아이디어를 신나서이야기하는 나에게 아내는 "해봤자 소용없을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처음부터 안된다고 하니 짜증이 났다.


"어차피 힘 있고 빽 있는 애들 못 이겨."


아주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듣기가 싫었다. 부정적이고 멘탈 약한 여자를 만난, 그리고 그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결혼한 내 현실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었다.


이런 식으로 하루, 이틀, 일 년, 이년 쌓인 불만은 부부싸움을 하게 될 때 굉장한 에너지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재료가 되어 있었다.


다섯째, 배우자의 DNA에 대한 무지


나처럼 자기 중심성이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대화한다.

싸우지 않기 위해서 아내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타고난 DNA가 아주 많이 다른 것을 알았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데, 무지했었다. 무지한 사람은 상대방은 이해할 수 없다.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은 소통을 끊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꺅! 벌레. 나 몰라. 죽여줘~~"

"뭐 바퀴도 아니고, 뭐 이런 조그마한 벌레 같고 그래? 유난 떨지 마!"


내 기준에는 바퀴도 별거 아니고, 파리도 별거 아니다. 놀랍지 않다. 반면 아내는 벌레는 뭐든지 간에 협오하고,  나타나면 굉장히 유별나게 놀라곤 한다. 난 유난 떤다고 생각했다.


운전을 할 때 갑자기 앞에 다른 차가 끼어 들려하다가 멈춘다. 나는 살짝 놀래지만, 아내는 마안히 놀랜다.

평소 유순한 아내가 갑자기 사자로 변신을 한다.


"아. 씨! 운전을 뭐 저따위로 하는 인간이 있어! 저런 사람은 다 과징금 매겨서, 금융치료를 해야 해.~~ 블라~블라~ 비난! 비난!"


내가 보기에 운전을 매너 있게 한 건 아니지만 큰 잘못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도 상황이 급하면 가끔 격하게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사나운 운전자가 차 밖의 어떤 사람이든, 차 안에 있는 나든 상관없이격하게 반응했다.


아내는 놀라고 당황해서 힘든 데, 나는 편이 되어주지 않으니 아내는 힘들다. 이런 감정 상함이 운전하고 가는 길에 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겁이 많은 건 그 사람 탓이 아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의 외모에 대해서 우리는 앞에서 대놓고 욕하지 않는다.(뒤에서 한다) 하지만 겁이 많다던가, 질투가 많다던가, 흥분을 잘한다던가 등 감정이 못난 가족 사람은 앞에서 욕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반응해?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하고 이렇게 했을 텐데.." 이런 말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내가 너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는 "나는 네가 아니니까"이다. 더 좋은 설명이 있을 수 없다. 필요도 없다.



여태까지 배운 걸 복습을 해보자


첫째, 정서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서

둘째, 삶의 익숙함에 속아서

셋째, 육아가 힘들어서.

넷째, 배우자 삶에 대해 무지해서

다섯째, 배우자의 DNA에 대해 무지해서


우리 부부는 싸웠다.


그럼 위의 다섯 가지 원인을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었는지 다음화부터 천천히 얘기해 보겠다.


P.S 외도, 각종 중독, 투자실패 등의 이유가 더 있지만 너무 당연한 사유라서 여기서는 다루는지는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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