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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치료사 Oct 18. 2024

감정유산과 감정정산

넌 네가 소중하지 않은 거였어?

넌 네가 소중하지 않은 거였어?


'아이에게 주는 감정유산'이라는 책이 있다. 30년 넘도록 상담치료사로서 활동한 저자는 부모에게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어야만 하는 상담 일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부모에게 돈도 지식도 물려받지만 '감정'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감정유산도 재산처럼 실제로 존재한다. 줄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좋은 감정유산을 많이 받은 사람도 있고, 나쁜 감정을 많이 상속받은 사람도 있다.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부부가 어떤 '감정유산'을 상속받았는지 서로 점검하고 '감정정산'을 할 필요가 있다.


누구는 '분노', '열등감', '우울' 등과 같은 '부채성' 자산을 물려받고 결혼을 했을 것이다. 이런 자산이 많으면 실제 빚이 늘어난다. 부부사이가 나빠지고, 사업도 잘 안되고, 회사에서 승진도 어렵다. 마음에 부정이 가득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표출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랑', '긍정', '수용', '감사' 같은 '자본성' 감정자산이 많은 집은 부부사이가 갈수록 좋아지고, 사업도 잘되고, 아이들의 마음도 건강할 확률이 높다.


회계에서는 '부채(빚)+자본(내돈)=총 자산'이라고 한다. 부채(부정감정)는 작을수록 좋다. 자본(긍정감정)은 많을수록 좋다.

 

어떻게 감정 정산을 할 것인가? 긍정적인 감정 자산을 많이 받은 사람이 덜 받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 된다.


누구는 열등감을 물려받는다.


내 아버지는 중졸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도 한번  못 가보고 고등학교를 중퇴하셨다고 들었다. 생각해 보니, 단 한 번도 아버지는 내게 "아빠는 대학을 못 가서 한이 되었다. 너는 꼭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가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낸 적은 없는 것 같다.


"대학 안 가면 넌 뭐 할래? 청소할래?"


대학을 못 가면 큰일이 날 것처럼 자주 화를 내셨다.


"본인도 못 갔으면서 왜 아들인 나는 대학을 강요당해야 하나?"

"도대체 대학 안 가면 뭐가 그리 큰일인가?"

"아빠도 대학 못 갔어도 생계는 꾸려가고 있지않나?"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하도 소리 지르고 호통을 치는 통에 대꾸할 수는 없었다.


"아빠가 못 배워서 설움을 많이 당했다. 사회에서 같은 일을 해도 대졸자는 돈을 더 받더라. 그러니 너는 대학 졸업자가 되어 아빠처럼 서러운 일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차라리  이렇게 진솔하게 말해주었다면 공부를 일찍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고, 고등학교 내내 최하위권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의 입으로 한 번도 학력을 말하지 못한 이유는 열등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부가 중요한 걸 알았지만 이미 늦었고, 아들도 자신처럼 힘들게 사는 게 싫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통해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아내의 부모님은 공부를 너무 잘해서 문제였다. 공부를 잘하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아내는 부모님이 졸업한 대학을 가지 못해서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다. 공부를 잘했던 아내의 부모님은 아내가 공부를 잘 안하는 것도,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이해를 못 했다고 한다.



누구는 사랑을 물려받는다.


아버지가 잦은 분노폭발로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하셨고, 나 역시 그런 면을 닮아 아내를 숨 막히게 따지곤 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좋은 감정을 물려받은 것이 있다. 그것이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던진 물건이 교실 창문 하나를 와장창 깨버렸다. 선생님은 부모님께 말해서 창문값을 갚으라고 했다. 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수십 년 전 우리 집은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다 함께 살아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으로 어떻게 말할지 끙끙 거리고있었다.


엄마가 뭔가 눈치를 채고 말했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얼굴이 어두워?


"엄마. . 내가 학교 교실 창문 깼는데, 선생님이 창문값 갖고 오란다…"


어머니는 슬며시 미소를 머금고 말하셨다.


 "얼만데?"


그 돈을 쥐어주시며, 아무런 말없이 그냥 안아주셨던 것 같다. 혼날 줄 알았던 자리에서 오히려 사랑을 받았다. 내 실수에 대한 어떤 평가도 비난도 없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수용받는 느낌을 많이 받고 컸다.


이런 일이 많았다. 나는 실수를 했다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 평가, 걱정 섞인 우려의 눈빛 같은 것들을 엄마로부터는 받아 본 적이 거의 없다. 적어도 엄마에게는 있는 그대로, 못난 그대로 예쁜 아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비난하지 않는, 평가하지 않는, 그대로 품어주는 사랑을 받았다.



너는 네가 소중하지 않은 거였어?


아내와 둘이서 매일 예배를 드리다, 아내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것을 알았다.


"해봤자 소용없어"

"명문대를 못 가면 인생 실패야"


이런 메시지들이 가슴, 머릿속에 독한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었다. 많이 놀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만큼이라도 가지고 누렸으면 감사가 넘쳐야 할 것 같은데, 기가 너무 꺾여있었다.

 

장인어른의 사업 실패, 이에 따른 부모의 불화, 학벌을 종교로 섬기는 강남지역의 지독한 메시지… 이들을 극복하기에는 아내는 너무 어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려고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채, '꼬마 어른'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불만이었다. 내가 소망하는 일에는 잘 안될 거라고 부정적인 말을 해서 미웠다. 또 완벽주의로 인해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야 빠르게 포기하자는 식의 태도가 짜증이 났었다.


어느 순간부터 깨달아졌다.


아내는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았다. 아내는 자신의 소망하는 일도 부정적인 말로 부인해 왔다. 아내는 부모님 빽으로 쉽게 좋은 학교, 회사 가는 친구들 보면서 좋은 것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빨리 포기해 버리는 법을 먼저 배웠던 것이다.


내 눈에는 그저 예쁘고, 순수하고, 고운 한 사람의 가슴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도 희망도 없었다. 아내는 좌절이 익숙해 보였다.


이유를 조금이라도 깨달으니, 낙망한 아내가 너무 가여워 눈물이 났다. 자신도 사랑한 적 없는 사람이 어찌 타인을 사랑할까? 어찌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있을까?


그때부터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서운하지 않았다. 나는 고사하고, 자기 자신이나 먼저 좀 아끼고 사랑하고 잘 돌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아이들도 건강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예배를 드리면서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어도, 남편과 자녀 둘 해서 3명이나 있는데, 넌 소중해. 낙담하지 마."


"명문대 못 간 거 네 잘못 아니야! 부모님이 싸워서 정서가 안정되지 못한데, 어떻게 공부가 되겠어"


아내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아내를 부인하고 싶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강남에서 비교를 그만큼 당했으면 됐지. 더 이상 비교로 아내를 병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 예배를 통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의 삶을 이해해 주는 말,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니 아내는 고마워하며 많이 울었다.


"나는 내가 노력해서 이런 거라면 모르겠는데, 나 역시 받은 거야. 노력으로 만든 게 아니야"


"나를 통해 흘러가는 것일 뿐이야. 나는 엄마한테 많이 받아서 아직도 남아. 그래서 너한테 흐르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고마워할 것 없어. 좋은 생각, 감사한 생각 많이 하고, 남으면 아이들에게 주면 돼."  


ADHD아들 치료하겠다고 시작한 가정예배는 우리 부부의 영혼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는 놀랍도록 변해갔다. 긍정적이고, 소망이 있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 모습을 지켜 본 것보다 내 인생의 더 큰 성공은 없을 것이다.  



어느 부부도 똑같은 크기의 감정을 갖고 결혼할 수는 없다.


누구는 좋은 감정을 많이 갖고 결혼했고, 누구는 나쁜 감정을 숨기고 결혼했을 수 있다.

가져온 게 무엇이든, 좋은 감정을 많이 상속받은 사람이 나눠주면 된다. 감정유산을 정산해 보자. 누가 줘야 할지, 받아야 할지 계산이 될 것이다.


회사가 자본(내돈)+부채(빚)를 잘 활용하여 제품을 잘 만들어 팔면, 이익이 생긴다. 이익은 다시 자본으로 산입 된다. 이게 선순환으로 반복되면, 총 자산(자본+부채)이 커져 부자가 된다.


총자산이 엄청 크면 대기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최대기업 삼성전자는 빚(부채)이 거의 없다.  


우리도 부채가 거의 없는 알부자 가정을 만들 수 있다. 앞선 말씀드린 '찐 가장'님들이 사랑의 총을 들고, 믿음의 투구를 쓰고, 전선으로 나서야 한다.


적은 누구인가? 나의 열등감, 나의 우울감, 나의 분노와 원망같은 '나의' 부정적 감정들이다. 집안사람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공멸할 뿐이다.


할 수 있다. 마음을 먹으면 도와줄 동료들과 선생님들이 근처에, 혹은 책 속에, 블로그나 브런치 속에서 그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싸움을 미루면, 승리하지 못하면,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이 부정감정에 휩싸여 힘든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내가 살아있을 때 이 싸움을 끝내 버리자.


찐 가장들이여!

행복한 가정을 위해!


"돌격 앞으로!"



- 계속 -


 p.s)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같아요.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고,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 사랑합니다. ^^


이 책은 1~2회 정도 더하고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게 있어 조금 늦어져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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