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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은 밥이에여? 간식이에여?

by 아름다움이란

지난 이야기 - 40살의 동갑내기 부부, 남편은 사업을 하겠다고 땅을 매입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여러 분쟁에 휘말린다.

이 브런치북은 그 부부가 어쩌다 카페 사장이 되었는지 담을 예정이다.


04화 100만 원 깎아서.... 그냥 샀습니다.




어느 주말 평온한 오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누워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다.

평온함을 깬 남편의 휴대폰 벨소리


'여보세요.'

'00경찰서입니다. 000 씨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지금 출석해 주셔야겠는데요?

'네? 저요?........ 제가 뭘 잘못..'

'1025-4 땅에서 분쟁이 있는거 아시죠?'

'아니요. 모르는데요.

'일단 나와서 좀 해결해 주셔야겠어요.'


뭔 일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경찰서로 향한다. 평온한 주말 오후, 가족드라마에서 범죄 수사극으로 장르가 전환되자, 긴장감과 싸늘함으로 순식간의 집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 오래전부터 땅 위에다 트럭을 올려놓고 야채를 파시던 할아버지가 있었음

2. 계속 장사를 할 거라고 하심

3. 막걸리 한 잔 걸치시고 지나가는 사람과 시비가 붙음

4. 주민의 신고로 민원이 접수됨


"할아버지가 장사하지 못하도록 막아주세요. 민원 들어오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하며 경찰이 신신당부를 넘어 호소를 하셨다고 한다.


그제야 알았다. 그 땅은 이미 '동네의 무법지대'였다는 것을.

붕어빵, 닭꼬치 트럭을 K.O 시키고 당당하게 야채 할아버지가 승리를 거두고,

동네 최강의 파이터로 활약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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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땅이 방치되어 있는 동안, 그 위에 리어카를 설치하고 붕어빵을 판매하거나, 화물차에 물건을 가득 싣고 와서 판매하는 상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장소였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그 위에서 야채를 파는 할아버지가 매일같이 막걸리를 마시고 근처의 상인들과 시비가 붙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때마다 경찰서에 신고 접수가 되어 꽤나 골칫거리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 주인이 왜 그렇게 급하게 땅을 처분했는지 이제 알겠다.

'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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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긴 하지만 든든한 한 끼 식사는 되지 못해서 못내 아쉬운 삼각김밥. 아쉬움을 달래듯 3XL사이즈까지 등장했지만 언제나 간식과 식사의 경계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안 먹은 것도 아닌 애매함만 남기는 것처럼 삼각형 땅도 그렇다. 소유했으나 마음 한편 헛헛하고, 뿌듯함과 동시에 묘한 허탈함을 주었다.가끔 이렇게 누가 인지시켜주지 않으면 존재를 까먹기도 한다.


어디 이뿐인가?

여자애들은 셋이 모이면 꼭 탈이 난다. 둘이 놀든, 넷이 놀든 짝수를 맞춰줘야 하는 것처럼 삼각형에는 짝수가 주는 안정감이 없다.


결국 삼각형은,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가져도 가진 것 같지 않은, 분란을 가져오는 불완전함의 징표였다.


그날 이후, 직장인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평온한 주말 오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생전 가볼 일 없을 줄 알았던 경찰서를 들락날락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절대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고집불통 할아버지의 오랜 일터를 뺏을 만큼 남편도 나도 그렇게 모질지는 못했다.'할아버지 술은 드시지 마세요. '하면서 호소할 수밖에

뵐 때마다 챙겨주시는, 여름 해에 생기를 잃은 사멸직전의 상추 한 보따리를 들고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위태롭게 또 몇 개월 이나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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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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