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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Feb 23. 2024

글이 나를 바꾼다.

쓰는 사람

나의 시린 과거를 쓰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나는 가여운 주인공이 되고

주변인들은 '의도치 않은 악당'이 된다.

이야기를 끝내고 노트북 커서가 깜빡인다.

기분이 좋지 않다.

글에서 나는 악의 없는 순진한 아이일 뿐인데

기분은 더욱더 가라앉는다.


'의도치 않은 악당'의 입장이 되어

글을 고쳐 본다.

그들이 서있던 곳에 가서 서본다.

그들이 되어 말해본다.

조금씩

그들이 측은해진다.


살다가 과거의 버거웠던 순간이 떠오르면

무대 중앙에 나를 세우고

핀 조명을 비췄다.

주변 사람은 보이지 않게 조명을 끄고

환하게 슬픈 내 모습만 들여다봤다.

이제 주변 조명을 켠다.

그들의 서사에 귀를 기울인다.

상처 준 사람들이 나쁜 이유를 찾는 건 쉽지만

마음속 고드름이 생긴다.

상처 준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마음을 써야 하지만

마음속 고드름을 녹인다.


사람을 이해하는 글을 쓰고 나니

사람을 애정하게 된다.

사랑 중에 제일 치명적인 사랑이

동정이라고 했지.

측은지심이 생기는 순간

그들은 이미 나와 같은 가여운 주인공이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글을 썼는데

내 마음이 치유된다.

글이 나를 바꾼다.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 공부]_2024.02.23.

1. 오늘의 문장

*당신의 글은 누군가의 삶을 바꿀 힘이 있다

우연히 두 글을 동시에 만났다. 하나는 안락사, 존엄사, 조력 자살에 대한 정의부터 꼼꼼히 기술된 논리 정연한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대한 지지를 담은 글이었다. 첫 번째 글을 읽으며 이론으로 무장되었던 고드름 같던 마음이 두 번째 글을 만나 주르륵 녹아내렸다. 냉랭했던 마음에 온기가 돌았고, 나만 보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다.  

후자 쪽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그다지 다정한 사람이 아니란 것, 그런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죽기 직전인데 뭐 어때? 예전과는 완전 다른 사람인 듯,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신민경,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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