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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Mar 01. 2024

'무엇'을 쓸까 보다 '어떻게' 바라볼까를 고민하다

사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브런치에서 연재를 하며 글을 쓸 때마다 글감을 고민하게 된다. 게으른 사람이 바쁘게 사는 법을 연재할 때가 그랬다. 브런치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재도 처음이라 글 한 편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수험생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엉덩이 힘'을 기르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연재는 주제가 '쓰는 사람'이라 한결 마음이 편하다. 뭐든 쓰기만 하면 되니까.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안도현의 시작법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를 읽게 되었다. 안도현 작가는 말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소재를 택해 쓰느냐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소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느냐는 것이다.

'무엇'을 쓰려고 1시간을 끙끙댈 게 아니라

단 10분이라도 '어떻게' 풍경과 사물을 바라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안도현,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중 -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섬광이 번쩍였다. 그 섬광이 모닥불로 이어져 부디 좋은 글로 활활 타오르길.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글을 관통하는 주제와 궤를 같이 한다. '무엇'을 이용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풀어내면 좋은 글이 탄생한다.

 브런치에서도 다른 작가님의 글을 보면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작은 소재에서 깊은 울림이 있는 글을 만들어내는 작가님들을 보면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힘을 느낀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시를 필사하기 시작했다.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후에 매일 가슴에 메아리를 울리는 시 한 편을 수첩에 적는다. 시를 필사하다 보면 내 생각이 보태지고 그 생각을 끄적이게 된다. 시에 마음이 간다. 시는 짧은 문장에 함축적으로 의미를 내포하는 큰 그릇이다. 에세이나 소설은 상황과 감정을 자세히 묘사하는 반면 시는 함축과 은유로 가슴을 후빈다.

 시 필사도 글벗들 덕분에 하게 되었다. 라라크루 내에 쑥마늘 방에서 필사를 인증할 때가 하루 중 가장 뿌듯한 시간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필수인 운동도 함께 인증한다. 글과 운동을 다 마친 순간은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모범적인 해방감을 느낀다.


 시를 그냥 읽을 때와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공책에 옮겨 적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읽기만 했을 때 미처 보지 못한 표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솟아올라 겹겹이 감동을 쌓아준다.

심지어 잘못 읽은 글자도 발견한다. 요즘 들어 부쩍 내 마음대로 글을 읽는 자의적 독해가 늘고 있다. 살아갈수록 조심해야 하는 아집이 읽는 순간에도 발휘되는 것 같아 잔소름이 돋는다.


안도현 작가도 대학교 시절 백석의 시에 매료되어 필사적으로 필사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낸 시집 제목 '모닥불'과 '외롭고 높고 쓸쓸한'도 백석의 시에서 훔쳤다고 한다. 그 정도면 백석을 짝사랑한 것이 맞다.


 나도 사랑에 빠질 시인과 시를 찾고 있다. 아침마다 집에 있는 시집을 꺼내 어떤 시를 필사할지 찾는 것도 활기찬 행복이다. 노란 나비가 팔랑대며 날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시에 내려앉아 나와 시를 연결시켜 준다. 매일 좋은 시와 문장이 공책에 쌓여 사랑이 조금씩 깊어진다. 배신당할 염려가 없는 안전한 사랑이다.


 시를 읽고 나니 은유가 담긴 문장을 쓰고 싶었다. 광고 천재 이제석.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세계 최대 광고제에서 1등을 차지했고 국제적인 광고 공모전에서 30여 개의 상을 휩쓴 사람이다. 그의 광고가 보여주는 시각적 은유는 예술작품과도 같다. '스며드는 것' 시에 등장한 어미게의 슬픔에 공감하여 간장게장을 못 먹게 만든 안도현 작가처럼. 그는 사진 한 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공장 굴뚝을 총열로 바꿔 '굴뚝 총'에서 흘러나오는 장면으로 '대기오염으로 한 해 6만 명이 사망합니다.'를 연출했다. '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입니다.'라며 지하철의 높은 계단에 에베레스트 산을 그려놓았다.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작품
광고계의 오스카상 '클리오 어워드'에서 동상을 수상한 작품

"광고를 잘 만드는 방법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광고천재가 아니라 노력 천재였다. 그에게 미술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스케치북에 그림 한 장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그는 보통 20-30장을 그려왔으며 붓을 씻는 것도 귀찮아 입으로 빨아 씻으며 그림을 그렸다.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며 열심히 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사물을 바라보느냐'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출간하고 이름을 알리는 작가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 꾸준히 글을 쓰고 모아 수많은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낸다. 거절 메일을 받으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마침내 출간의 기회를 잡는다. 이제석도 국내에서는 광고회사 입사에 실패했고 공모전은 연전연패였다. 포기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계속 열정을 쏟아부은 끝에 꿈같은  일을 이루었다.


공장을 굴뚝에 비유하고 계단을 에베레스트에 비유한 그의 시적, 시각적 은유. 좋은 글을 읽었을 때처럼 깊은 울림과 생각의 변화를 준다. 다른 기교나 스펙 쌓기가 아닌 우직하게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짜고 생각을 뒤집는 연습을 한 결과다. 생각이 바뀌면 관점이 새로워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난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을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더하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물과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기.

 매일 쉬지 않고 써 내려가기.

 쓰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

이 셋만 있으면 된다.


제목 : 뿌린대로 거두리라 : 세계적인 광고 공모전에서 10개의 메달을 휩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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