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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Apr 02. 2024

스윗한 아들을 만드는 비결

달디단 밤양갱같은 아들

아들과 나눈 일상과 대화를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아들의 섬세하고 자상한 성품의 비결이 지 묻는 분들이 다. 스무 살이 넘은 아들이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고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보내는 모습에 친한 지인들마저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들이 더 그랬다.


남편은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누굴 보고 배웠겠어? 다 내가 잘해서 그런 거지." 

라며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린다. 못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이라더니.

가만히 있으면 본전은 할 텐데 저렇게 난 체할 때마다 손이 근질거린다.(등짝 스매싱을 오마주한 입술 스매싱...)


며칠 전 또 비슷한 질문을 듣고 이유를 생각해 봤다. 특별히 잘해주거나 사랑을 많이 주며 키우지도 못했다. 퇴근 후 출근이 시작되는 직장맘으로 살면서 공부까지 했으니. 오히려 막내인 딸에게 애정표현을 더 많이 했지 아들은 간섭받는 걸 싫어해서 대학 진학 이후로는 잠만 자는 하숙생과 주인아줌마 같은 사이다.


생색내는 게 얄미운 남편이지만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은 있다. 나도 노력 중이지만 잘되지 않아서 더 높이 평가한다. 바로 어머니께 매일 전화를 드리는 것이다. 밤이 되면 으레 유튜브나 TV를 보게 되는 것처럼 남편은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한번 통화를 하면 20분 이상 방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매일 통화하면서 20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어머니 잘 지내신대?"


"그냥 엄마가 오늘 하루 동안 뭐 했는지 들어드리는 거야. 나는 한 20프로 얘기하고 나머지 80프로는 엄마가 이야기해. 근데 거의 매일 비슷한 이야기야."


매일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또 어머니께 전화하는 남편. 남편도 원래 전화를 자주 하는 아들은 아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홀로 지내시면서부터 전화를 매일 드리기 시작했다. 햇수로 10년 하고도 1년을.

남편은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으셨고 이후에 양어장을 운영하셨다. 고된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자식들 공부 같은 건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남편은 특수목적대학에 지원해서 남들보다 일찍 대학교에 합격했는데 부모님 모두 남편이 그 학교에 지원한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어머님은 아들의 합격 소식을 듣고 서야 큰 대야에 떡을 담아 머리에 이고 교무실로 가셨다. 선생님들께 감사 떡을 돌리시겠다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남편의 도시락 반찬은 참치캔 하나였다. 새벽에 잡은 고기를 자갈치에 팔러 나가야 하는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가져간 참치캔은 친구들에게 던져 주고 젓가락 하나만 들고 돌아다니며 친구들의 반찬을 먹었다고 했다. 지금도 넉살이 좋은 편은 아닌데 이건 필시 생존 본능이다. 그저 시골바닷가에서 벗어나 도시에 있는 기숙학교에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중학교에 갔으니 잘하라는 뜻에서 이런저런 조언과 충고를 했는데 아들은 잔소리와 간섭으로 느꼈다. 관계는 점점 나빠졌고 서로 마음은 힘들었다.


내 생일 기념으로 고등학교 친구와 제주로 여행을 떠난 날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아이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도 같은 나이의 딸을 키우고 있어공감하며 마음을 주고받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작은 일에 화내고 간섭하고 잔소리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 이후로 아들은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고 아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회복되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눈에 띄게 사이가 좋아졌다. 아들이 간섭으로 느꼈던 엄마의 잔소리가 아들에게 필요한 조언과 정보가 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아들 앞에서 선언했다.


"이제 너도 성인이 됐으니까 네가 알아서 사는 거다. 엄마도 엄마의 인생을 잘 살게. 엄마 바쁜 거 알지?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수능이 끝나고 아들이 매일 늦잠을 자고 술을 먹고 노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은 엄마가 이 정도로 무관심할 줄은 몰랐다며 너무 좋다고 했다. 한 달 후 이제 술은 쳐다보기도 싫다며 몸서리를 쳤다.


그 후 친정 엄마가 유방암 수술을 하셨고 엄마를 챙기느라 아들을 향한 관심은 더 줄어들었다.

아들은 엄마가 글을 쓰고 영어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느라 바쁘게 사는 게 보기 좋다고 했다. 부부사이가 좋은 집에서 태어난 게 정말 행운이라고 했다.


 방임형 부모밑에서 효자로 자란 남편,

그리고 간섭이 사라지자 달라진 아들. 

글을 쓰고 보니 공통점이 다.


자식에게 잔소리 없이 믿고 맡기는 것.

부모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 .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가 아들에게 행했던 공통분모다.


사람의 성품은 의도적으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어서 바뀌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닮아가기도 한다. 자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인력은 세게 작용한다.

비결이라고 적고 보니 내가 아들한테 따로 해준 건 하나도 없다. 


내일은 아들 생일 겸 다 같이 근사한 장소에서 외식하려고 한다. 호수공원에 꽃도 폈을 텐데 스윗한 두 남자와 벚꽃데이트도 해야겠다.


한 줄 요약 : 부모가 서로 아껴주고 살다보면 아이의 마음은 솜사탕처럼 달디달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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