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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May 30. 2024

서로에게 나무가 되어주는 우정

친구의 행복

친구가 파주 헤이리에 있는 음악감상카페에 가보자고 했다. 나도 전부터 호기심이 일어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음악 감상 카페는 두 곳이다. 한 곳은 규모가 크고 2층에 앉아 담소와 뷰를 즐길 수 있지만 음료서비스가 없다. 나머지 한 곳은 아늑한 실내에 음료서비스가 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우리는 대화 대신 클래식 음악을 차에 녹여 마시기로 했다.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카메라타

음악 감상을 같이 한 친구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나는 언젠가부터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쌓고 싶었다. 나무가 가지에 앉는 새를 가리지 않듯 서로를 편안하게 해 주고 서로에게 쉼이 되어주는 나무가 되어 줄 수 있다면 나이는 상관없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마음의 선을 긋거나 동갑이라고 해서 선을 넘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25년 전(이렇게 말하니까 나이가 아주 많은 것 같다.) 경기대에서 영어심화연수를 받을 때 캐나다 원어민 강사 데이비드, 마이클과 친하게 지냈다. 데이비드는 20대였고 마이클은 40대였는데 데이비드는 마이클이 자신의 베스티(제일 친한 친구)라고 했다. 조용하고 부끄럼 많은 데이비드와 유머와 에너지가 넘치는 마이클은 서로의 빈 공간을 넘치지 않게 채워주며 휴식 같은 우정을 나눴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서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도 동생보다는 언니가 편했다. 원래 막내여서 언니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하지만 동생에게는 조언을 해주고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의 빗장을 여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친한 선생님들 중에는 후배도 있는데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동생보다는 동료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나에게 나이, 성별, 지역, 직업에 상관없이 벗을 알아가고 있는 곳이 있다. 브런치에서는 글을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니 더 담백하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가슴속 상처도 글로는 풀어놓으니 더 깊게 느껴진다.


 나무가 성장할 때마다 부름켜에서 새로운 방패막을 만들어 나이테가 된다고 하듯 인고와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글을 쓰고 출간하는 글벗들을 보면 응원과 존경의 감정이 솟는다.

내가 가고 싶은 길,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서 길을 내어 주니 진심으로 축하하게 된다. 글하나면 벗이 될 수 있는 보편적 편안함이 좋다. 나도 글벗들도 오래오래 이 공간에 머물렀으면 한다.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고 음악 카페에 도착한 시간은 1시였다.

큰 스피커가 정면 가득 설치되어 있고 귀에는 익지만 제목은 모르는 클래식 음악이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가 카페 내부를 미세한 진동으로 흔들고 있었다.

차를 먼저 주문하고 테이블을 찾기 위해 내부를 둘러보았다. 공연장의 객석처럼 테이블 없이 정면을 향하는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세명이었으므로 테이블석을 찾아 앉았다.


주문한 오렌지 티를 한 모금 넘겼다. 장소의 힘인지 음악 덕인지 입안에 퍼지는 크리미 한 오렌지향이 숲을 삼킨 것처럼 상큼했다.

 눈을 감았다. 현과 건반의 하모니가 세상의 부조화와 부조리에 경고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우리처럼 잘 어우러지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

이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말없이도 편안한 사이, 말이 끊긴 적막이 나를 추궁하지 않는 사이는 남편과의 관계가 유일했다. 그런데 오늘 이 순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께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는 순간이 아침 산책처럼 편안하다.


 나무가 새들에게

쉴 공간이 되어주고

세찬 비와 바람을 함께 맞아주고

아침햇살과 산들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리듯 나무 같은 친구들 앞에서 오늘도 행복한 새가 되었다.



한 줄 요약 : 나무가 가지에 앉는 새를 가리지 않듯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쉼이 되어주는 나무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


#라이트 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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