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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un 17. 2024

행복할 선택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꿈을 꾼다.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선재 업고 튀어'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아프고 상처가 되었던 과거라고 해도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아픈 상처로 기억할 것인지 나를 단단하게 자라게 해준 준 거름으로 생각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고등학생 딸을 웃게 해주는 아빠.

아빠가 출장을 가면 아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아빠에게 보고 싶다며 카톡을 보내고 아빠가 현관 앞에 나타나면 두 팔을 벌려 아빠에게 달려간다. 아빠랑 이야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경청해 주고, 웃어주고, 웃겨주는 사람 또한 아빠다. 넘나드는 주제에 맞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대화를 이어갈 사람은 아빠가 유일하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을 꼽으라면 사랑이 많은 남편을 우연히 만난 일이다.

안아주는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안아주기는 우리 집의 문화가 되었다.

때로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언 마음이 녹는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말없이 안아주는 사람을 부모로 가진 아이에게 세상의 온도가 차가울 리 없다.


그는 가족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이 더 많이 일한다.

집안일이든 운전을 해주는 일이든 가족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가족에게 "더 열심히 공부해, 청소 좀 해, 요리 좀 해."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같이 대화를 나누면 재밌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엄마와 사이가 좋은 아빠 밑에서 자라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를 보고 웃던 아빠의 웃음소리와 표정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큼 큰 두려움과 불안도 같이 주었기에 그 웃음은 기억 속에서 퇴색되고 말았다.


어릴 적 나에게 행복은 휘발되기 쉬운 알코올과 같아서 작은 불안과 옅은 두려움에도 날아가 버렸다. 상처받은 마음을 소독해 주고 휘발되었으면 좋으련만 행복만 닦아 사라졌다.


이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내가 자라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따뜻한 하루하루가 쌓였다. 따스함이 주는 안정감과 위로는 불안함과 상처를 없애주었다. 그것이 상처가 아닌 거름이었다고 선택하게 도와주었다.


다른 동물이나 벌레의 공격으로 나무 기둥이 파이고 여기저기 이끼로 뒤덮여도 그것을 견딘 나무는 어떤 고난이 와도 견딜 수 있다. 강한 비바람이 닥쳐도 가지를 적당히 휘게 만들며 흔들릴 뿐 부러지지 않는다. 고난을 겪은 나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어쩌면 그곳에 있던 작은 나무였노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가정이라는 곳이

작은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어주고

애정이 담긴 말은 잎을 자라게 하는 물이 되고

따뜻한 눈빛이 햇빛이 되어준다면.

작은 나무는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건강한 줄기와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나무로써의 성장을 뿌듯하게 해낼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상처받은 작은 나무가 아닌, 작은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 되었다. 행복해지기 위한 나의 선택이다.


⭕ 라라 크루  <금요 문장 : 금요일의 문장 공부 > 2024.6.14.

1. 오늘의 문장


 만약 무언가가 웃기는지 알고 싶다면 그것이 우리를 웃게 만드는지 확인하면 된다. 어떤 그림이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면 그림을 바라볼 때 우리 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면 된다. 웃음만큼 확실하지만 대부분은 좀 더 조용하고 주춤거리며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출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


한 줄 요약 : 인생의 많고 많은 선택 중에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도 선택이다. 행복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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