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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Jan 07. 2025

내 마음의 구멍은 나의 숨구멍

예전엔 마음에 구멍이 나면 그 구멍을 통해 아픈 상처를 들여다봤다. 상처를 낸 사람을 원망하며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 보고 또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중요하고 바쁜 일이 닥치자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삶의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느라 구멍과  상처의 존재를 잊었다. 공허함을 주던 구멍을 통해 느끼던 상처의 통증마저 무감각해졌다.


그 순간들이 지나고 나서 알았다. 내 상처는 다른 사람이 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었다는 걸.

상처는 당연히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자기 최면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상처받았을 거야. 내가 아프고 화나는 건 당연해.

통증을 정당화하는 명령을 내리고 혼자 고통의 동굴로 들어간 것이다. 동굴 속에서 하는 일은 원망하고 분노하다 방향 없는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유튜브를 보는 게 전부면서.


이제는 나에게 말한다.

내 마음에 구멍이 없었다면 마음이 무거워 힘들었을 거라고.

마음에 구멍이 날 때마다 강박과 부담을 조금씩 날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구멍으로 상처를 보지 말고 앞에 있는 세상을 보라고.

마음속 구멍으로 보는 세상이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더 잘 보이지 않겠냐고.

그 마음으로 더 공감하고, 힘주어 꽉 보듬어 주라고.

마음에 구멍하나 없는 사람보다 또 한 뼘 성장한 거라고.

내 인생 빡빡하지 않게 가볍게 만들어준 구멍에 감사하라고.


며칠 전 가족끼리 둘러앉아 술 한잔 할 때 아이들이 내게 말했다.

자신이 힘들어 울 때 엄마가 같이 쓰러져 울지 않고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아무렇지 않게 일으켜 준 게 큰 힘이 됐다고.

그래서 일어날 수 있었다고.

참 고마웠다고.


마음에 구멍이 나 본 사람은 소소한 시련엔 울지 않아. 마음이 가벼워져서 위로도 담백하게 해 줄 수 있지.

나는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내 마음의 구멍은 상처의 통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숨을 틔여주는 숨구멍이다.

한 줄 요약 : 시련은 성장의 동기도 될 수 있고 우울의 핑계도 될 수 있다. 선택은 나의 .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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