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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의 연출자

by 리인

마음이 미약하던 시절 일어나지 않은 상상을 하며 혼자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기도 하여 마음이 방망이질치곤 했다. 세수를 할 때, 설거지를 할 때 문득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더 날카로운 칼날의 말로 찌르며 되받아치는 상상을 했다. 이렇게 이야기할 걸, 저렇게 따져 물을 걸, 천착의 서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염오감과 연결된 끝은 언제나 파국이었다. 내가 찌른 날카로운 칼날이 그들의 마음에서 뽑혀 나에게로 돌아오는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천륜도 싹둑 잘려 나가게 하는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종국에는 고개를 흔들며 머릿속을 감싼 뿌연 안개 같은 망상을 털어냈다.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의 결말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 모습을 상상하느라 에너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편해지는 걸 원했는데 그건 나의 상처를 더 크게 헤집고 소금을 뿌리는 일이었다.


무의식이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밀어 넣을까 봐 좋은 책을 들었다. 읽을 수 없는 장소에서도 망상의 틈을 채우기 위해 이어폰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웃풍이 스며들어오는 생각의 창틈을 마음의 명상 같은 책, 지혜의 샘물 같은 책, 유쾌한 소설로 메꿨다. 희망적인 서사가 전개되도록 나를 둘러싼 기운에 계속 기분 좋은 울림을 보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자.


내 인생의 연극 속에 들어가 있지 말고 내 인생의 연출자가 되자.


중요한 장면에는 카메라를 비추어 클로즈 업하고 중요하지 않는 장면은 멀리서 찍거나 편집해서 버리자.


내 인생의 대본을 밝게 수정하고 말투와 행동을 긍정적으로 디렉팅 해보자.


내 연극의 주인공을 나의 디렉팅에 따라 움직이게 하자. 무의식과 상념이 아닌 깨어있는 의식과 건강한 의도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의 연극 속에선 연출자가 아닌 상대역이 되어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고 울고 웃어주자.

그들의 인생에 끼어들어 연출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가 잘 만들어지도록 응원하고 격려해 주자.


내가 연출한 연극은 나 혼자 맺은 결실이 아니라 함께 호흡해 준 상대역이 있었으니 가능했다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사실을 기억하면서.

내 인생의 연출자로

사랑하는 이들의 상대 역으로

무대 위와 무대 밖을 넘나들자.


내가 만드는 멋진 이야기 안에서 그렇게 살아가자고.

한 줄 요약 : 혼자 있는 시간을 망상의 흐름이 아닌 나를 디렉팅 하는 시간으로 만들자.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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