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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Dec 27. 2023

태양과 금성이 아닌 달과 지구 같은 사이

소소하게 행복하게 사는 첫 번째 비결

-이야기 시작 전에 올리는 한발 늦은 프롤로그-


저에게 글의 소재는 항상 고민거리입니다. 혹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쓰라고 하고 혹자는 무조건 손 가는 대로 쓰라고 하지요. 그래도 글의 소재가 신선하다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으니 늘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브런치에서 구독하는 글을 떠올려보면 마음 따뜻한 글, 희망을 주는 글, 교훈이 있는 글, 메시지가 있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도 내가 좋아하는 글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과학적인 지식이 풍부하거나 인문학적인 교양이 뛰어나서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에 '행복이 별건가요.'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헤밍웨이는 간단한 문장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는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무엇을 쓸 것인가 보다 자신의 문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좋은 작가는 현명하게 주제를 선택하고 좋은 글감을 찾는데 사력을 다한다.


좋은 작가는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활력과 상상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주제에 맞는 좋은 글감을 선택해 글쓰기에 정진하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속는 셈 치고 그의 말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희망, 힐링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멋진 문체로 표현할 순 없지만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화부터 본격적으로 소소하게 행복해지는 법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남편과 나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사이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둘이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한다. 보통 친한 친구를 만나서 하는 일들을 우리 둘이 함께 한다. 서로 장난치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때문에 우리 집 아이들은 모든 부모들이 엄마, 아빠처럼 지내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 다른 친구들 부모님 이야기를 듣고는 문화충격을 받았단다.


 5년이 넘는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있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유지'다. 코로나 시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을 때 나는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적당한 거리두기'라는 생각을 했다.


 금성은 크기와 성분이 지구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단지 태양과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 지구보다 열기가 2분 먼저 도달할 뿐이다. 초기에는 지구보다 조금 더 뜨거웠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더해지면서 수분은 증발하고 수소는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렸다. 남아있던 산소는 탄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온실가스를 둘러 버리고 숨 막히는 게 뜨거운 곳을  변해버린 것이다.


우리의 관계도 자칫 잘못하면 태양과 금성의 관계처럼 돼버릴 수 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각자의 공간을 침범하여 오래 머물게 되고 그 가까움이 잔소리와 불만을 일으켜 열이 나기 시작한다. 그 열로 인해 상대에게 가지고 있던 애정은 증발해 버리고 온실가스와 같은 애증으로 둘러싸여 서로를 숨 막히게 만들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태양과 지구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뜨겁게 열을 내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누군가 계속 내 옆에 붙어있다면 열기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툭 던진 말이 불씨가 되어 관계에 큰 불이 번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서로 각자의 공간에서 모른채하고 지낸다면 사이가 점점 서먹해질 것만 같다. 적절한 거리감이 유지되니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게다가 남편은 남들이 말하는 3대가 덕을 쌓아야 얻을 수 있다는 출장을 자주 가는 남편이다. 그 절묘한 거리감이 서로에게 가까워져 생길 열기를 미리 막아준다.


 우리 부부는 각자 서로 다른 취미생활을 즐긴다. 남편은 배드민턴과 스크린 골프를, 나는 영어회화와 그림, 글쓰기를 한다. 오전에는 각자 취미 생활을 하고 점심때 만나 밥을 먹고 카페를 가거나 산책을 한다.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저녁에는 남편은 자신의 동굴인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거실이나 침실에서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글도 쓰고 책도 보고 미드도 본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만나서 수다를 떨다 다시 각자의 공간으로 간다. 집에서도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느새 익숙하다.


 거리를 두면 좀 더 다가오는 인력의 법칙, 너무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은 척력의 법칙, 자성을 품은 지구처럼 우리 관계에도 자성이 숨어있다. 서로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는 현명한 거리 유지가 관계의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하게 해 준다.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너무 가까워져 열기 때문에 숨 막히지 않고 너무 멀어져 차가움에 쓸쓸하지 도록. 


  달은 지구의 동반자다.

달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중력을 이용해 지구를 안정화시켜 주는 덕분에

지구가 적당한 속도와 기울기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자전하는 것처럼.

달과 지구의 거리, 달이 지구에게 보내는 중력의 응원을 닮아 보면 어떨까.


이전 01화 행복을 위한 마음씀 순간을 한 겹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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