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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느 Jan 14. 2023

나의 영어 성장기

여덟번 째 | 연말 스픽에서 살아남기

올 한해는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라는 엄청난 목표들을 달성한 해였다.

사실 다이어트와 운동은 늘 해왔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지만 내가 '영어 공부'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돌이켜 보면 매일 출근길과 퇴근 길 3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 강의를 들을 때에는 즐겁기도 했다.하지만 매일 영어로 문서 정리가 시작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던 영어 미팅이 일주일에 두개, 세개가 되면서는 나에게 영어는 즐길 수 만은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영어를 잘하는 데인이 아파서 미팅에 갑자기 못들어오던 날, 나는 혼자서 샌프란 똑똑이들을 둘이나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고, 미팅이 끝나고 나서는 그들의 대화를 쫓느라 허둥지둥하던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절망스러워서 결국 책상에 엎드려 한참을 울었다. 


보통의 상황에서의 나였다면 '내가 이걸 계기 삼아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했겟지만 이것은 '언어'의 문제 아닌가. 하루 아침에 늘래야 늘 수 없는 그 언어의 장벽 앞에서 한없이 막막해져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는데는 몇일이 걸렸다. 


하지만 점차 영어에 대한 나의 태도와 스트레스의 정도는 눈에 띄게 발전하게 됐는데 그 바탕에는 영어 공부를 통한 나의 실력 향상도 한 몫을 했겟지만, 일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역할과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영어하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샌프란 팀에게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영어로 소통이 안되는 그 난감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였다. 하지만 '영어'는 샌프란 팀이 나의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아닌, 문제 해결력 테스트도 아닌 그저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샌프란 팀 입장에서는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있는 한국 팀이, 더군다나 지사장도 없이 덩그러니 있는 한국 팀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할테고, 일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듣고싶었을 것이다. 나의 영어가 늘어가는 것을 보기 보는 것보다 틀린 영어일지라도 '지금 내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간절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보에 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더 많았고(나는 샌프란 팀이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으므로) 내가 영어를 못해서 아쉬운 것은 오히려 그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내가 영어를 편하게 생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그 의미에 집중하면 나머지 것들은 궁금한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후부터는 더이상 영어를 못해서 '송구한 사람'처럼 굴진 않게 되었다.


지금도 영어 미팅을 앞두고는 전날에 미팅 노트를 작성하고, 발표를 해야하면 스크립트까지 작성을 하고 연습을 해야 비로소 줌 미팅을 접속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된다. 하지만 예전처럼 숙제 검사를 맡는 아이처럼 덜덜 떨면서 하지는 않는다. (사실 요즘엔 꾀가 늘어서 전날 밤에는 미팅 노트만 작성하고, 아침에 스크립트를 짜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자고로 강제성과 스트레스가 있어야 공부를 하는 법! 

지금 이 미치도록 바쁜 시기만 지나면 다시 비즈니스 영어 패턴도 공부하고 원어민 수업도 더 많이 들어야지 라고 다짐해본다. 


아니, 사실 그 모든 영어 수업보다 코너와 하는 영어 미팅이 나의 영어 실력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가 늘 수밖에 없는 이 절호의 기회를 스트레스만 받으면서 놓치지는 말아야지. 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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