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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느 Dec 30. 2022

모두가 들뜬 연말, 그들이 있었다.

프롤로그 | 연말 스픽에서 살아남기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해야 할 할 일을 새해로 슬쩍 미루거나 잦은 연말 모임에 일상을 조금씩 망쳐도 다같이 약간의 면죄부를 나눠 갖는 시즌, 바로 '연말연초'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1년의 모든 일들과 성과는 1월부터 11월까지로 갈음하고 12월은 거의 없는 달인 것처럼 '다음 달부터 열심히 할 거야'를 외치던 시절.


하지만 나의 달콤했던 시절은 2021년 12월, 스픽에 입사하면서 끝이 나는 줄도 모르게 끝이 났다.

당시의 나는 영어 업계의 대목 of 대목인 1월 1일을 약 3주 앞두고 입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니 영어 업계의 1월 1일이라 함은 올 한 해 농사를 잘 지었나 못 지었나를 한 번에 평가받는 달이기도 하고, 1년간 쌓은 러닝을 남김없이 풀어내야 하는 '수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말인즉슨, 모두가 새해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한 해를 회고하고, 다가올 한 해도 잘 지내보자며 화기애애한 덕담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수능 한 달 남은 수험생의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올해도 역시 이제 더이상 늦여름 밤 공기라고 우기기엔 제법 찬 바람이 불고 나무가 머쓱한 표정으로 옷을 벗기 시작하자 스픽에는 어김없이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돌았다. 슬슬 '1월에는..'이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왔고, 샌프란에 본진을 둔 프로덕트 팀도, 서울 마케팅 팀도, 올해 새롭게 진출한 일본 팀도 모두 비장한 얼굴로 회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거 한 두해 그러는 것도 아닌데 다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고. 1월에 못하면 남은 달에 잘하면 되지 1월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이 질문에 나와 스픽 팀 모두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작년에는 이직한 지 약 3주 만에 대목을 맞이했던지라, 정신 차리고 보니 달력은 2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1년이라는 시간을 스픽에서 진하디 진하게 보냈고, 우리가 1월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과 그 안에서의 부대낌을 모두 직접 경험했다. 아니 어쩌면 경험한 정도가 아니라,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었다.


때는 11월 27일, 결혼식을 마치고, 1월을 위한 계주의 마지막 바퀴가 시작되던 밤.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1월 1일을 앞두고 한 달 남짓 남기고 매일 부담감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그날 치만큼의 용기를 내어 전진하는 스픽 팀의 고군 분투기를 말이다.


사실 이렇게 글자로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그 시간들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아 매일 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써 내려갔다. 어떤 날에는 깜깜한 동굴 속에 갇혀있는 것처럼 막막하고 두려웠고, 어떤 날에는 해 볼만하다 싶었고, 어떤 날에는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글쓰기의 끝에는 '팀'이 있었다. 그 두려움과 막막함, 희망과 용기, 분노와 성장 그 모든 경험과 감각을 함께하는 나의 동료들이 있었다. 이 글은 '스픽이 연말 마케팅을 어떻게 준비했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다. 오히려 이 모자란 놈들이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얼마나 자주 고꾸라지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발딱 일어나 성장했는지에 가깝다.


여전히 1월의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후회 없이 노력한 이 시간은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훈장이 될 것이고, 1월의 성과는 흩어질지언정 우리의 피땀눈물, 우리가 나눈 과정만큼은 오랫동안 추억에 남아 우리 인생의 용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 글은 나 '지안느'의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이며, 절대 팀의 의견이 아님을 밝힌다. 또한, 이 글의 결말이 1월 마케팅의 성과도 아님을 밝힌다. 그저 화려한 경력도, 스킬도 없는 친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의 목표에 달려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라. 그리고 응원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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